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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해
채복기 지음 / 문이당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뭐라 표현을 해야 할까? 아무튼 개운하지는 않는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었다.
가장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주는 것인지 알기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 이해할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 선택밖에 할수 없었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가정에서 가장은 가족과의 소통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어가고 있다. 항상 바쁘고 피곤에 절어있는 그 가장들에게 나쁘다 소리만을 할수 없기에 안타깝다.
한창 일해야 하는 나이에, 커가는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자리에 있는데 이제껏 잘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을때 느껴야 하는 충격은 아마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상상도 할수 없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입으로라도 "이놈의 회사~"라며 푸념을 늘어놓기라도 하지만, 남자들은 항상 진득하니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호주머니나 서랍 어디엔가 사표를 넣은 봉투를 가진채 말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현서는 퇴직금으로 전혀 생각지도 않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사업을 웬만큼 해본 사람들은 항상 조언을 한다. 결코 자영업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거기에 올인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만, 또 반대로 이것을 다 까먹더라도 회생할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때 뛰어들라고.
그렇지만 이책의 주인공인 현서는 퇴직후 자신이 재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래도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름은 최선의 노력을 했던 것이다. 결과가 안좋았을 뿐이고, 그 나쁜 결과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또 홧김에 뛰쳐나와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은 마약밀매조직원으로 들어가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한 우물만 팠던 사람들의 단점이 세상물정을 모르고, 또 귀가 얇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방면으로 접해보고, 정보나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돈벌수 있다는 제안이 결코 흔한 일이 아니고, 그 뒤에 어떤 꼼수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과 함께 더 조심할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남편의 부재로 힘들어하는 현서의 아내 민지. 그녀가 남편을 닦달하고 화를 북돋웠던 것도 어찌보면 그에게 이제껏 의지했고, 든든한 버팀목이라 생각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온 한탄은 아니었을까? 민지에게 좀더 온화하게 대했어야지 하는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대부분의 아내들의 반응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민지는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썼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작은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떨어질데가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남편도 없는데 자식까지 잃어야 했을때 그녀가 생을 붙들고 있었던 이유는 또다른 자식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약조직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면서도 가족에게 돌아가려 했던 현서. 죽을만큼의 폭행을 당하고 어렵게 돌아왔지만 그에게 남겨진 것은...
현서가 좀더 영리하게 굴었더라면, 얼마간의 방황을 끝낸 후 바로 귀가 했더라면 하는 수많은 가정을 해 보게 한다.
가족은 내가 원하는데로 구성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그냥 말만 들어도 포근하고, 내 모든것을 아낌없이 내보이고 내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소중한 존재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끼리도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고, 서로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노력이 항상 수반되어야 한다는 깨달음 아닌 진리를 느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