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토니와 수잔 ㅣ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책제목에 등장하는 토니와 수잔이 난 현재의 인물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토니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수잔은 현재 인물이면서 소설을 읽는 독자이기도 하다.

수잔은 전남편 에드워드가 소포를 보내기전까지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주부였다. 물론 100% 만족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당히 타협하고 만족하며 자신의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갔다.

에드워드는 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오래전 이혼한 수잔에게 자신이 쓴 소설원고를 보낼 생각을 했을까? 물론 과거 수잔에게 내쳐질때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을때 상처 입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오랜시간 그 응어리를 털어내지 못한채 끌어안고 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아무튼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소설을 읽어보고 이 소설에 빠진게 무엇인지, 그게 어떤것이든 짧게라도 말을 해달라고 메모를 남겼다.

전남편에게 연락을 받았을때 기분이 어떠했을까? 결코 산뜻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찜찜했을것이다. 에드워드는 작가를 희망했으나, 수잔이 봤을때 전혀 가능성이 없어보이고 빈약해보이는 에드워드의 글솜씨. 작은 부분부터 엇갈리고 삐그덕거리니 수잔이 에드워드에게 향한 마음을 거둬들였던 것 같고, 결혼한 사람으로써 최소한 지켜야 할 상대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채 바람을 피웠고, 결국엔 이혼까지 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토니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휴양지로 떠났던 가족에게 닥친 위험천만한 일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가족끼리의 단란한  휴가를 꿈꿨던 토니네에 왜 이런일이...

토니가 욱하는 마음을 조금만 다스릴수 있었더라면 그 불량배들을 비껴갈수 있었을까?

남자도 물론 인간이기에, 여자들처럼 위기상황이 닥치면 무섭고, 두렵고,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할것이다. 그렇지만 토니의 대처능력은 한가정의 가장의 모습이라 하기에는 너무 비겁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부인과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났을때 토니가 보여준 행동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네에게 공감대를 살수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수잔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불편한 감정을 진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밖에서 봤을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보였던 수잔의 상황이 조금만 냉정하게, 또 진실되게 들여다보면 균열이 이곳저곳에서 생겼음을 알아낼수 있다. 이 삶을 억지로 봉합한채 침묵한채로 살아가고 있던 수잔에게 있어 소설속 토니는 어떤 매개체 역할을 할지 기대되고, 에드워드는 원고를 보낸 자신만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영화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어떤 것은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더 재미나고 맛깔스럽듯이 이 책은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심리를 행간의 의미를 쫓아가며 상상하는 것보다는 스크린속 남녀주인공들의 눈빛 부터 시작해서 행동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더 맛깔스러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