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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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나올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톡형태로 진행되는 글인데, 처음에는 그랬다.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속에 스토리라인이 잡힐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그렇지만 이 두작가는 해냈다. 그 어떤 미사여구와 상황묘사 없이도 충분히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낸것이다.

그래서 마냥 신기해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제아무리 친한 관계라 하더라도 100% 솔직하게 내면에 있는 모든것들을 까발릴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절대 쉽지 않음을 안다. 그리고 친하다고 해서 내가 너를 다 안다라고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안다.

마음속에 꽉 찬 서랍속을 어찌보면 드러내고 비워낼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한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서로 얼굴도 모른채 톡으로 만나게 된 수미와 민정.

그들은 이름도 달랐지만 서로의 생활패턴도 달랐다.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천양지차였다.

수미는 한남자를 계속 짝사랑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수미를 적절히 이용(?)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반면 민정은 한남자에 묶여있으려 하지 않았다. 여러남자를 만나면서도 결코 사랑에 목매달지 않았다. 그냥 필요에 의해 관계를 갖고, 적당히 상대가 원하는 소리를 해주고, 몸으로 하는 대화에 건성건성 응하는 여자였다.

이렇데 다른 두사람이 가상공간에서 만났다. 아마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면 얼마 못가 지쳐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상이라는 공간이었기에, 더 솔직담백하게 서로에게 귀기울이고 들어주고 조언해주고 하지 않았나 싶다.

 

다르지만 서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공통점을 찾을수 있다. 그녀들은 어렸을때 사랑을 제대로 정석대로 받지 못했다. 아버지라는 사람들이 그녀들에게 행하는 폭행은 그녀들의 정서를 메마르게 하고, 평범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아마 중추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고, 더 안쓰러웠다.

난 민정이  자신에게 직장내 과장이 여자로서 애를 안낳아본것은 불행이라고 한 말을 듣고서도 자신은 절대로 애를 안낳을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라는 부분을 보며 그녀가 얼마나 호되게 아팠으면 그럴까 하는 안쓰러움이 들었다. 그리고 민정이 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애를 낳는 사람이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애를 안낳는 사람을 버러지 취급 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자신이 피우는 담배나 마시는 술에 붙는 세금으로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그런것 아니냐는 소리에서는 맞구나 싶었다.

한해가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분명 결혼할 나이가 지났느니, 지금 가도 노산이니 하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때다. 그렇지만 그 때라는 것은 결코 규정화되어 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난 수미와 민정의 이야기를 통해 여자로서, 또 딸로써, 여인으로써 아내로써 받을수 있는 언어적 폭력을 비롯한 각종 차별적 요소들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생활 곳곳에서 일어날수 있구나 싶었고,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충분히 이겨낼 용기가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음을 수미와 민정이 잊지 않았으면, 그리고 앞으로 그녀들의 인생이 조금은 순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본 서평은 '박하출판사'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말해봐,나한테 왜 그랬어>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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