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했음일까. 뭔가 빠진듯하고, 로설이지만 적당히 스펙타클한 씬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봤다.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은 내 선택이 좋았구나 싶었다. 커피숍에 앉은 두남녀는 시킨 차도 마시지 않은채 침묵시위를 하다가, 마침내는 여자가 그만하자고 말을 건넨다. “애초에 우리가 시작한 적이라도 있을까요.”라는 말이 난 괜시리 가슴설레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일이 있었길래, 생면부지의 남녀도 아닌데, 사랑을 하다 헤어지는 마당에 시작한적이 있을까나고 되뇌이는지...
러브미라는 바의 바텐더로 근무하는 새봄이 여주다. 이름이 참 따뜻해보인다. 그만큼 그녀는 심성이 고왔고, 또 강단이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기까지 잠깐 방황도 했지만 마침내는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내릴줄도 아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러브미에 일정한 간격으로 방문을 하지만 결단코 자신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여자들의 말에 대답도 안하고, 한번 고개짓을 하지 않은채 칵테일을 음미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러브미의 주인조차도 그의 이름을 몰라 미스터라 칭하는 남자가 남주다.
로설의 남주들은 한결같이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퍼펙트하다. 이러하니, 천하의 새봄 역시도 눈길이 갔고, 또 마음이 갔던 것이 아닐까?
두사람이 인연이 되려다보니, 미스터가 술이 취해 인사불성이 되고, 그 상태의 그를 호텔로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새봄.
이것을 계기로 미스터는 서태윤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명함을 새봄에게 넘기게 되고, 새봄이 쉬는 금요일이 자연스럽게 두사람의 데이트일이 되곤 한다.
필요이상으로 궁금증을 보이지 않고, 항상 물흐르듯 두사람의 관계가 순탄하게 이어진다고 생각했던 두사람.
그렇지만 분명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 태윤에게 서서히 지쳐가는 새봄.
마침내는 그사람과의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부산으로 내려갈 결심을 한다.
태윤에게 5년동안 사랑했으니, 아마 5년동안 잊어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건네는데, 그때 새봄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얼마나 안타깝던지.
사람이 꼭 자신의 곁에 있을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어느순간 사라졌을때 비로소 그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태윤 역시도 그랬다. 그저 덤덤히 새봄과의 이별을 받아들일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그녀의 부재가 하루이틀 늘어남에 따라 가슴이 아파오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 병원까지 찾아갈 정도다.
마침내는 새봄을 찾아나서게 된 태윤.
부산에서 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과일과게를 운영하는 새봄을 찾아간 태윤. 그곳에서 새봄을 남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절친 진호를 보게 되고, 자신이 늦은것은 아닐까 질투 비슷한 감정도 가져보고.
아무튼 마음으로는 태윤의 방문이 반갑지만, 그와 다시 시작하게 되면 나중에 더 처절하게 무너져 내릴것이라 생각하고 차갑게 밀어내는 새봄.
새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왕복하는 태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무모하구나, 그러길래 좀 일찍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하는 심정도 가져봤다.
새봄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너의 마음을 받아주기는 하지만 나의 마음까지는 바라지 말라고 못된 말을 했던 태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사랑에 대해 슬픈 기억이 있었음을 나중에 밝히는데, 그게 이유가 되기에는 참...
그래도 태윤과 새봄의 사랑이 계속 이어지고, 결실을 맺었기에, 새봄의 아버지가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수 있었을것이고, 항상 자신의 사랑에 우유부단했고 사랑하는 여자와 아들을 내처냈다는 죄책감에 아들을 포근히 안아주지 못했던 아버지라 당당하게 의사표현도 못한채 지켜보기만 했던 태윤아버지도 비로소 아버지의 자리로 거듭날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편하게 읽을수는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