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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채현 지음 / 예원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마치 잔잔히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분명 로설인데, 삼각관계가 있다거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밀당을 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저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그리고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 서로에 대한 끌림이 있고, 그 끌림에 각자 충실할 뿐이다.
어찌보면 너무 사건사고가 없고, 밋밋하게 진행된다고 하여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질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참 부담없이 다가왔다. 세상에는 한눈에 찌릿 전기가 통해서 열렬히 너 아니면 절대 안돼! 를 외치며 사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일상생활을 하면서 그안에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차보다는 커피를 좋아한다. 찻집에 가서도 참 미안스럽게 커피를 주문해 마셔본 경험이 있는터라.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은 소월당이라는 찻집이다.
그 찻집에 여주가 있다. 차향을 음미하고, 차를 판매하고, 영업장소이기는 하나 결코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
젊은나이에 찻집에 갇혀있는듯한 명아가 못내 안타까운 그녀의 외삼촌부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의 둘째아들과 썸씽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사랑이라는 것이, 큐피트의 화살이라는 것이 의도한대로 꽃히는 것이 아니듯이 양가에서 명아에게 밀고자 했던 둘째아들 민호가 꽃구경을 떠나면서 아버지의 심부름을 형 선호에게 맡겼다.
워커홀릭이라 불릴정도로 일에만 온신경을 다 쏟고 있는 선호는 소월당을 문을 열고 들어가 본 보라색 블라우스의 명아를 보고 심쿵의 순간을 맞이한다.
영국유학중에도 차를 즐기지 않았던 선호는 소월당에 다니면서, 차를 음미하게 되고, 매번 명아가 추천해주는 차를 마시며 그녀에 대한 호감도를 키워간다.
양가 어른들은 왜 자신들이 미는 민호와 명아가 연결되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도 잠깐 보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선호와 명아는 나이차이는 전혀 의식하지 않은채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든다.
사랑하는 두사람을 방해하는 나쁜 조연들은 없었으나, 명아에게 아픈 가족사는 있었다. 물론 명아 아버지도 나름 할말이 있을수 있겠으나, 어찌됐든 그는 명아를 방치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명아의 결혼에, 명아와 선호의 만남에 투덜거리는 것은 욕먹어 마땅하지 않나 싶었다.
명아에게 관심을 갖는듯한 남동생들에게 귀여운 질투를 하는 선호의 모습도 좋았고, 형의 감정변화를 캐치하고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고 만들어주는 민호의 모습도 좋았다.
나이와 달리 일찍 자신의 길을 찾았고, 흔들림없이 그 길에 전력을 다하는 명아의 모습이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명아가 선호에게 골라준 차를 마시고 싶었고, 집에 있는 보이차라도 열심히 마셔야지 하는 생각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