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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완득이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이번에도 김려령작가는 아낌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다독이고, 또 이해할수 있는 포문을 열어줬지 싶다.
처음 완득이가 나왔을때, 난 이게 과연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열었었다. 왠지 청소년을 주제로 한 내용은 성공하지 못할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어 이거봐라~하며 책에 빠져들게 되었고, 마지막장을 덮고는 도대체 이 작가 누구야? 하고 검색을 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나온 <가시고백>은 아마도 전작을 뛰어넘는 평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었다. 완득이에 대한 여운과 감동이 너무 커서 아직은 김려령 작가하면 <완득이>라는 공식이 성립될것 같다.
그렇다고 <가시고백>이 별로였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을 겨냥하여 정말 눈깜짝할사이에 남의 물건을 마치 내것화 하는 해일의 놀라운 손놀림을 보며, 정말 이렇게 손이 빠른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래서 백날 조심한다고 해도 나와 인연이 없는 물건이면 언제든 여행을 떠나버릴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그리고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고 주장하는 진오를 보면서는 나름 개똥철학이라 할지 모르나,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나 변함없이 등장하는 결손가정에서 청소년 아이들이 느껴야 하는 괴리감이 등장한다. 왜 큐피트의 화살은 정확하게 서로를 겨냥하지 못해 비껴갔을 경우 본의아니게 피해를 보는 아이들이 있게 만들었나 하는 아쉬운 생각도 해 봤다. 참 뜬금없는 공상이구나 하면서.
그리고 모든일에 있어 완벽하고, 꼼꼼하지만 사랑에서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마음가는데로 행하지 못하고 짝사랑으로 맺음하느라 바쁜 아이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면서, 예뻐보이기도 했다.
서로 성장한 환경이 달랐고, 또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생채기가 다 달랐지만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한다기 보다는 한바탕 욕을 퍼붓고, 또 눈짓과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그대로 안아주고 다독여주려 하며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가시고백>
어쩜 이들이 더 용감한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소라가 더 웅크리고 안으로 칩거하듯이 우리 어른들은 마음의 상처 드러내기를 치부를 드러내는것과 동격화하여 애써 포장하고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기 일쑤인데, 이 아이들은 어떤 계기를 주니 자신의 생채기와 가슴에 콕 박혀있던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했다.
우리 모두 가슴속에 저마다의 가시를 가지고 있다. 그게 굵은 크기이든, 아주 조그마한 크기이든간에. 그렇지만 그 가시를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언젠가는 몸에 더 깊이 파고들어 곪아 터지게 마련인 가시를 일찍 뽑아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있다.
나도 동의하지만, 어째 나도 내 마음속에 분명 있을 것 같은 가시를 확 뽑아낼수 없는 미련퉁이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우리가 포용한다거나 이해할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아프다고 하는 사람을 최소한 봐주고, 들어주고, 정 용서가 안되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가시고백>과의 만남은 역시나 나를 한뼘 자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