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흥미로운 책이다. 일단 내가 너무 좋아하는 김수현 작가가 등장하는 책이라 더 없이 좋았고, 거기다 책표지가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지만, 김수현작가의 작품은 몇번이고 재방송까지 챙겨본다. 볼때마다 그녀의 그 결코 과장되지 않은 어법이 가슴에 와닿고, 매번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대중문화를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작가들을 취재하여 엮은 책인데, 그들을 취재할때 얼마나 즐거운 작업이었을까 상상도 해본다.
드라마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글이기때문에 그 안에 우리네 삶이 엿보이고, 또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상황과 애환이 담겨 있어 매순간 우리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고, 분노케도 하는 것 같다.
어렸을때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탤런트나 배우만 보였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크고 나니, 그들의 노력이상으로 뒤에서 노력하는 직업군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그중에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갖게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놈의 시청률이 뭐라고, 그것에 울고 웃고, 심지어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빨리 조기종영을 해야 할때의 그 씁쓸함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것이다. 나도 감히 짐작만 해 볼뿐이다.
그래도 그 작가들이 부러운것은 우리네 인생이 단 한번인데, 그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도 던질수 있고, 또 몇번의 인생을 간접경험해 볼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드라마작가들은 그냥 단순히 멋진 말을 주고받고, 모든 고민에 대한 정답을 던지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직접 몇날며칠을 발로 뛰며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했으며, 자신이 쓴 글이 어떻게 드라마화되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수정보완도 하는 고달픈 직업이었다.
내가 김수현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다른 작가들도 그러겠지만) 자신이 내놓은 작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올인하여 책임감을 불사르며 지도한다는 것이다.
국민드라마로 급부상했던 '청춘의 덫'이 종영된 이후 여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대본집을 무슨 특별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냥 극본이 아니었다. 그 순간 캐릭터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손동작이며, 눈빛 처리까지도 지문으로 넣어둔 그 작가의 세심함을 보고는 완전 팬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드라마 작가는 어떠한 작품도 그냥 상상해서 몇시간 뚝딱 긁적여서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 작품안에는 작가의 애환도 담겨 있고, 작가의 삶도 담겨 있고, 작가의 생각도 배어 있고, 온갖 경험과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작품이 시청률이라는 수치에 밀려 매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