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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평점 :
차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지만, 난 그래도 커피를 더 좋아한다. 분명 학창시절때는 커피를 단한모금도 못마셨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시게 된 커피의 향에 매료되어 심심찮게 마시곤 했던 차와 이별을 하였다.
차는 사람을 고요한 상태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을 음미하게끔 하는 매력적인 요소임은 분명하다.
포장지안에서 꺼내든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그 향과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이 책안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어쩜 그렇게 차라는 이미지와 딱딱 들어맞나 모르겠다.
<지친 마음 어느 틈새에 날아온 귀한 선물>이라는 사진 설명이 정말 그 표현그대로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와 맞이하는 소박한 기쁨같이 느껴졌다.
<차명상>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히 찻잔을 기울이며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물론 나의 무지가 큰몫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차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알아차림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각을 멈추게 됩니다. 생각이 멈추면 마음은 저절로 고요해집니다. 다양한 감각에 순간순간 집중하면서 일종의 '생각을 버리는'연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p29)
정말 어떨때는 주위의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고 싶을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물씬 느낄수 있는 대목이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녹차의 그윽한 향기가 그리워졌다.
차명상이라는 것은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일상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따라할수 있는 그런 소박함이 있었다.
또 <폭언과 묵언>편에서는 단순히 화를 내며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난폭한 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말도 폭언이 될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 침묵이 아님을 알았다. 명상을 하는 내내 머릿속으로 잡다한 생각이 떠돌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묵언상태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분명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잊고 있었던 부분들을 글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였다.
<향기명상>에서는 향이 결코 한곳에 오롯이 존재하지 않음을, 변하는 차향처럼 우리네 삶도 순간순간 변화하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야 말로 후회없는 삶이라 하나 보다.
<머무름 없는 향을 바라보며/영원과 집착의 어리석음을 내려놓는 연습/지금 이 순간 차와 내가 하나 되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p95)
글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끼어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내 마음속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향을 맡으며 내 시간들을 되돌아볼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명상은 자기 밖에서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이 차 명상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