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차도 없다고들 하지만 엄연히 그러한 제약조건이 존재하기에 가슴아픈 사랑이 있는 것 같다.

이난나라는 소설의 제목이 참 낯설었다. 그런데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신화속에서 이난나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까지 갔다 하니, 그녀의 사랑은 얼만큼의 크기였을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우리 인간들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체들은 혼자서는 살수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하고, 그안에 사랑이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노력중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만인이 결코 평등하지 않았던 시대에, 또 종교가 달랐을 경우 배척강도가 심했던 그 시대에 엇갈리는 사랑을 하는 두 남자가 있었다.

이교도 여인을 사랑한 성주의 아들과 장군의 여자를 사랑한 병사가 있었다.

결혼을 한 유부남이었던 야르오스만의 시파히였던 제밀. 그는 어찌보면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자유계급이었다. 그렇지만 엄격한 가문의 일원이었기에, 이교도인 아르메니아 호족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의 행보가 암울할수밖에 없었다.

제밀은 그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무슨 죄였나 싶다. 그렇지만 그녀는 제밀을 원망하고 질타하기 앞서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명의 주인공은 빌랄이다. 그는 예니체리다. 술탄의 노예로 훈련받았으며 정식 예니체리가 되기도 전에 장군의 집에서 삼엄한 감시속에 살아가는 불운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장군의 첩인 누르하얄에게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는 사랑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의 일탈은 화를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

난 이 두남자의 사랑에 따른 우여곡절보다는 그들 주변에 묵묵히 자리지킴이 역할을 했던 여자들의 삶에 더 관심이 갔고, 더 마음이 쓰였다.

이교도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성밖으로 추방되는 것을 그저 바라볼수밖에 없었던 제밀의 어머니와 이교도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빼앗길수 밖에 없었던 빌랄의 어머니.

그들의 가슴을 열어볼수만 있다면 아마 숯검댕이가 되어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대신 아파줄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온갖 신을 다 찾으며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 엄마의 심정인데, 어떠한 발언권한도 없이 묵묵히 자식에게 행해지는 처사를 감내해야 했으니말이다.

그리고 제밀의 부인들과, 장군의 집에 노예로 팔려와 결국은 첩으로 살아야 했던 여인, 그리고 노예시장에서 나이많은 노인의 둘째부인으로 팔려갈수 밖에 없는 여인들의 모습을 읽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까?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앞서 자신의 남자를 묵묵히 감싸고,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지켜주려 했던 여인들의 모습을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내려간 이난나의 모습에 견주어 표현한것일까?
터키문화를 짬짬이 느낄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었다는 점과,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들의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러한 그들곁을 지켜주고 있는 여인들의 여린듯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