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마중

아가 마중 -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가족에세이 그림책
박완서 글, 김재홍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4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가 박완서님의 글이다. 그분이 떠나던 날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아가마중은 제목 그대로 부모가 되는 과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주는 책이다.
자식을 낳아 기른다고 바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새생명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아니 새로운 생명을 갖고자 준비할때부터 마음가짐을 정말 정갈하고 올바르게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해줬다.
의외로 글밥이 빽빽하게 많은 편이고, 또 아가를 맞이하는 엄마입장과 아빠입장을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정말 그 입장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아가마중을 준비하는 엄마는 모아놓은 돈을 아낌없이 아기옷 장만하는데 쓰고, 또 아기가 덮을 이불과 베개도 정성껏 준비한다. 예전에는 과일도 울퉁불퉁한 모양 상관없이 먹었지만, 이제는 한개라도 예쁘고 모나지 않은 것을 골라 잡게 되는 엄마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먹는 것 뿐만이 아니다. 엄마는 항상 좋은 생각을 하려 하고, 좋은 것만 보고 느끼려 노력한다. 그게 바로 엄마의 심정인데, 어쩜 이렇게 글에 정성껏 옮겨놓았나 싶다.
대부분의 책들이 엄마의 시점에 맞춰진 반면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아가를 기다리는 아빠의 심정도 엄마와 매한가지라는 사실이다.
아기를 기다리는 아빠의 설레는 마음이 녹아있고, 또 처음에는 편협한 사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또 위험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한층 우울했던 아빠가 조금씩조금씩 세상을 밝게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놀이터의 그네가 삐그덕 거리는 것을 아빠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고쳐내고, 또 방안의 벽지도 한결 밝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등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아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느것 하나 버릴것 없는 내용이었다. 역시 박완서님이다! 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할머니의 포근한 미소는 정말 하얀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에,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듯한 풍경을 연상케 한다.
누구든, 연령에 상관없이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