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 근사한 책이었다.

웹툰형태로 된 책은 항상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뭔가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머리를 강타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광수생각>의 매니아였던 나는 점차적으로 다른이들의 웹툰글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동안은 그림이 없으면 읽기 힘들어했던 때가 아주 잠깐 있었다.

와루 작가는 처음이다. 네이버에 연재했다고 하나, 난 그것마저도 본 기억이 없다. 귀차니즘이 좀 있는 성격인지라 딱 이렇게 표지도 있고, 정량화된 무게감으로 다가와야 읽을수 있다.

처음 한동안은 와루라는 사람이 여자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그게 아니었다. 왜소하고 소심하고 눈치도 없는 사람으로 묘사되었다가 금방 그럴싸하게 멋지게 성장한 와루의 모습이 잠깐잠깐 보이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거쳐왔던 과거로의 회상이 이렇게 맛깔스럽게 표현될수 있다니.

수학여행때 하는 장난은 다 용서가 될거라 생각했던 기억도 되살아났고, 주번을 하며 칠판닦고 문단속하는 것보다 떠드는 사람을 칠판 한귀퉁이에 적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도 났다.

<주근깨>관련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어찌나 웃기던지. 그 당시 사춘기때는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의 변화가 다른 또래친구들과 비교했을시 조금만 다르다 쳐도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을텐데, 외국애들은 와루보다 심하지만 나중에 잘생겨졌다고 위안을 주신 영어선생님 말씀을 은근히 믿었을 어린 와루의 모습이 연상돼 웃음이 나왔다. 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잘생긴 외모를 갖췄으리란 막연한 믿음이 가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와루와 그 친구들은 왜 항상 그들 주변에 맴돌며 말을 건네는 여자친구들에게 무신경했을까? 좋다고 어렵게 고백하는 여자에게 행여 차일까 두려워 미리 선수를 치는 와루의 모습이 너무 소심해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선생님께서 반친구들 모두에게 화분을 나눠주며 아무것이나 키워보라고 했을때, 와루는 왜 좀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와루가 물을 주고 정성을 쏟을때 다른 친구들것보다 일찍 뭔가 돋아날때부터 설마? 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을 뒤엎지 못했다는 것에 이상하리만치 안타깝기도 했다.

잡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쉽사리 버리지 못한 것도 그 어린시절 와루의 고운 심성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특별한 몇%의 사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가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훈훈해지고 그런 것 같다.

손자가 올때마다 음식을 마련하고 당신 혼자 밥상을 차릴때는 김치 몇조각에 밥을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져왔다. 나의 엄마도 우리가 학교에 가고 없을때 그렇게 챙겨드셨을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리고 와루의 머리스타일이 장발로 변한 이유중 하나가 2주마다 한번씩 머리를 깎아주시던 아버지의 부재도 있을것 같아 괜히 아련해졌다.

결코 내 이야기가 아닌데도 공감이 가고, 마음이 동화되는 이유는 내 과거의 시간에 그러한 추억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참 따뜻하고 멋진 책을 만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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