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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 여섯 개의 도로가 말하는 길의 사회학
테드 코노버 지음, 박혜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길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가지 않고서는 길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었다. 짙은 숲속길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왕래가 한두번 있다보면 자연스레 길이 난다고 했는데, 우리는 어떤곳과도 나름의 소통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생명체인 것 같다.
숲과 전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곳까지 도로가 난 것을 발달이라고 할수 있을까?
분명 처음 시작은 좀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한 생명력있는 발걸음이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속에서 적응하며, 또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휴대전화,이메일 등 점점 서로에게 연결이 닿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그렇지만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길이 아닐까 싶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면서 존재해왔고, 인간의 역사를 이해할수 있는 가장 기본요소일수도 있다.
길은 인간사회의 발달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영향을 끼쳤고, 어떨때는 서로를 갈라놓는 매체가 되기도 했고, 또 어떨때는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길이 갖는 의미는 큰 것 같다.
<모든 길은 사력을 다한 싸움의 이야기다. 이윤을 위한, 전쟁 승리를 위한, 발견과 모험을 위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혹은 단순히 거주를 위한 분투의 역사를 담고 있다. 각각의 길과 도로는 이동하고 연결을 맺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읽었다. 길은 그냥 어떤 이동수단이나,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연결체만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존재도 변형이 되었을 것이고, 또 치열하게 시간과 싸워냈다는 이야기다.
희귀한 마호가니 화물의 여정을 추적한 페루의 아마존 강 유역부터 혼돈과 함께 국제적인 거대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까지 세계의 모양과 구조를 개조하고 있는 여섯 개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이 책은, 각장을 읽어낼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욕망의 길, 변화의 길, 위험한 길, 증오의 길, 번영의 길, 혼돈의 길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어떤 길은 질병의 전파를 담당하고 있다는 어두운 모습을 폭로했고, 또 번영과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건설되는 거대한 도로가 원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을 짓밟는 침범자의 모습이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더 많은 진보와 이윤을 가져다주는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길에서 인간을 배운다라는 말처럼 저자는 곳곳을 직접 방문하여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길을 분석했다. 그렇기에 그가 들려주는 길 이야기에는 사람냄새가 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