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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캐나다하면 나는 무조건 단풍잎이 생각난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뚜렷하게 생각나는 것 하나 없지만 영화속에서 남녀주인공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또 바닥에 나뒹구는 단풍잎들 사이로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그 장면이 떠오를때마다 캐나다를 연상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이 책은 캐나다 퀘벡주의 어느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발견된 노부인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다.
추수감사절 아침 그들은 예상치 못한 사고와 직면하게 된다. 모든 마을사람들에게 선량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던 아마추어 화가인 노부인 제인 닐이 죽었다. 그 누구도 이 사람의 죽음이 살인일거라 상상도 못하는 찰나에 가마슈 경감의 예리한 촉각에 비상레이더가 울린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지만, 결코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고, 행여 누가 볼라치면 화까지 냈던 제인이 전시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게 그녀의 죽음을 재촉한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참 재능 많은 사람들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나름의 전달방법을 통해 진하게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글을 잘쓰는 작가는 그들의 작품안에, 주인공의 입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행인1,행인2일수도 있는 인물들의 주고받는 대화속에 담아낼수도 있고, 화가는 자신의 그림안에 그 좁다면 좁을수 있고, 넓다면 넓을수 있는 하얀 도화지 안에 어떤 메시지를 숨겨놓을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부럽기까지 하다.
이제껏 추리소설을 통해 여러명의 경감들을 만나봤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가마슈 경감은 참 따뜻하게 와 닿는 인물중 한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의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한 노하우와 경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제인 닐의 죽음은 단순한 오발사고로 인한 죽음이라 명명되었을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날카로운 직감과 예지력이 발휘되어 그녀의 죽음을 또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게 된 것이다.
내용 사이사이에 묘사되는 캐나다 퀘벡주의 풍경은 평화롭고, 뭔지 모르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언제고 한번 꼭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책의 배경이 되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팔 광산 마을도 다녀오고 싶다고 적어놓았는데, 또 한곳을 발견했다.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외국으로 말이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지는 요즘이다.
멋진 경감 가먀슈가 니콜과 대화를 하면서 인생은 선택이라고 한 문구가 흔하고, 뻔히 알고 있는 말인데도 너무 근사하게 들렸다. 나쁜소식을 전달했을때 받아들이는 상대의 표정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사람들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숱하게 했을 그런 선택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살피려고 한다는 것이 역시 그는 타고난 경감이구나 싶었다.
책의 두께는 상당하지만, 결코 지루하다거나 이것을 언제 다 읽어?하는 생각없이 캐나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읽을수 있다.
그런데 소개글에 묘사되었던 이 책의 저자인 루이즈 페니를 애거서 크리스티의 계보를 이었다고 한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 좀더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고 감상을 해봐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