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본 영화 <써니>에서 진희경이라는 배우의 진실된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은 직후였기에, 그녀가 추천평을 썼다는 그냥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샴페인이 궁금했다.

뭐든 한번 선택하고 나면, 왠지 내가 잘한것 같고, 또 더 재미날것 같고 그런 예감이 들지 않나? 아무튼 샴페인이라는 책은 표지부터 멋있는 여성들의 인생과 사랑 이야기겠구나 하는 막연한 느김이 왔다.

역시나... 예감은 적중했고, 편하게 쉽게 잘 읽혀나갔다.

 

도도한듯, 세상사에 별 관심 없고, 유아독존 내 할일 알아서 잘 하고 있소 하는 저 당당한 표정을 내비치는 세여인들의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에 슬픔과 고통과 아픔이 배여 있음을 읽으려니 사람 사는 세상은 잘났든 못났든 다 그나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야기의 중심점은 재벌가 출신의 판사인 서진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베스트프렌드인 희경이 있고, 서진의 섹스리스 남편인 한규와 불륜관계인 뮤지컬 제작자인 혜리가 있다.

정략결혼이 아니라, 순수히 운명이 만들어준 인연이라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그남자의 접근이 애초부터 자신의 배경을 탐냈음을 알고 심한 배신감에 몸서리 쳐야 했을 서진의 아픔이 같은 여자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뭐가 아쉬워서 오랜시간 아파하고, 또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의 배경이나 탐내는 지지리 못난 남편을 제외하고는 뭐하나 부족한점이 없는 서진이기에, 좀더 당당하게 그런 악연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함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또 개천에서 용난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희경. 궁상맞은 가난을 스스로 박차고 일어설정도의 용기가 있었건만, 왜 궁상맞은 남편을 정신차리게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여자의 등뒤에 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못난이 근성을 갖춘 남편에게 질질 끌려다니는것이 화가 날 정도였다.

학력도 거짓이고, 배경도 거짓인 혜리가 한규에게서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붙잡은 동앗줄이 영원할것이라 생각했을까?

남자에게 한번 데여봤기에 좀더 자신을 다듬고 당당하게 살아볼 생각을 왜 못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혜리의 인생살이에 대해서는 눈쌀이 찌푸려졌다.

아무튼 이들 세여자의 인생이라는 큰 원안에 크리스라는 남자모델이 등장한다. <서진은 욕조 안에서 자기의 몸을 끌어안았다. 섹스가 그립지는 않았지만 터치가 그리웠다.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이, 다정한 살갗의 느낌이 필요했다.>라고 독백하는 서진에게 크리스는 자신의 배경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여자인 그 자체로 봐주는 남자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더 열렬하게 사랑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서진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이유가 뭐고, 결론이 어떠하든 서진의 사랑앓이가 매번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안타까웠다.

크리스의 죽음으로 세여인들의 관계가 좀더 촘촘하게 얽혀들어가고...

 

돈과 능력과 미모까지 겸비한 이 세여성들이 자신들에게 더 당당하고, 주변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캐리어를 튼튼하게 쌓아가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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