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가 황석영님이 극찬한 작품이라는 말에 일단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중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했는지.

중국작가의 책을  읽은 것이 몇권 되지 않아, 과연 이 작가의 작품이 그만큼 중국이라는 나라를 잘 묘사하고 있는지, 어떤 사회적인 풍토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정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생활모습은 국적을 불문하고 같구나라는 것은 느낄수 있었다.

세편의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정말 제목을 어쩜 이렇게 적절하게 뽑아냈나 싶을 정도의 생각을 하게 한다.

한남자의 정말 글로 읽기만 해도 고단한 일상의 모습을 느낄수 있게 자세히, 세밀하게 묘사한 <닭털같은 나날> 그는 좌절도 맛보고, 매일 새벽 값싼 두부를 사기 위해 긴 줄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또 물값을 아끼려고 수도꼭지를 가늘게 틀어놓았다가 검침원에게 망신을 당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정말 지겨울정도로 단조로우면서도 질기게 살아가고 있다. 

본문에 나오는 <...웅대한 꿈이나 이상은 개방귀 같은 소리고 철없던 때의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들 이렇게 한평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큰 뜻이 있으면 어쩔 거고, 또 꿈이 있으면 어쩔 건가?>라는 문구 앞에서 멍하니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결코 틀렸다고만 할 수 없는 남자의 심경고백이었기에.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 자기뺨을 때리며 이상이나 꿈, 추억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이런 닭털 같은 나날이라 읊조리는 그, 아내가 깰까봐 자신의 뺨을 크게도 때리지 못하는 그런 모습에서 가슴이 아려왔다.

또 <기관>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수도 있다라는 말을 그냥 자연스레 이해할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사내경쟁으로 인해 서로를 불신하고,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모습들을 보며 그냥 또 마음이 씁쓸해졌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찌나 각자의 목표에 의해 잘도 흔들리고 왜곡되어 가던지.

마지막으로 <1942년을 돌아보다>는 가뭄과 기근으로 3백만명이 굶어 죽은 허난성의 실제사건을 르포형식으로 쓴 작품인데, 같은 사건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사회속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신분에 따라 시각차이가 있을수 있는 것인지 되짚어 생각하게 했다.

황석영님의 평이 어떤 뜻인지를 책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낄수 있었다. 중국의 적나라할 정도의 사회상을 보여주면서 그안에서 특수계층이 아닌 지극히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왜 이 작가를 중국 당대 최고의 작가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비참한 현실을 묘사하면서 너무나도 사실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상당히 암울하고 기분이 가라앉을수 있었겠으나, 그는 농담을 툭 던지듯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놓고 있어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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