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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4
하인츠 야니쉬 글, 헬가 반쉬 그림,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5월
평점 :
솔직히 난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내 느낌이란 그리 명쾌하지 않다.
물론 사람이 각각 갖춰야 할 기본소양과 덕목은 여러가지다.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또 개개인별로 가치기준이 다를수 있기에, 섣불리 내 느낌이 맞다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위태로운 다리위에서 마주친 거인과 곰. 그둘이 서로 양보를 하지 않고, 서로의 갈길을 가려 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강으로 떨어질수도 있는 위급한 상화아까지 벌어진다. 소개글에서 난 이 두명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어떤 중재안을 찾아내겠거니 막연한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머릿속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뭘 말하고자 함일까?'하는 의문이었다.
흐르는 강물위에 걸쳐져 있는 다리위에서 과연 그 둘이 선택한 방법이 최선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도,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쳤을때는 어느쪽이 양보를 해야 하는지를 가늠하여, 진입을 하지 않던지, 아니면 최대한 갓길로 붙여 세우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강물위의 다리위에서 마주친 곰과 거인도 먼저 건너기 전에, 어느쪽이 양보를 해야 할지, 그도 아님 시간차를 두고 건너기 시작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서로 서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사회풍토속에서 경쟁에 앞서 서로 머리를 맞대 공존할수 있는, 그래서 협동하고 협력하여 어떤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는 가르침을 주고자 했나 보다.
그렇지만 이 동화만 읽어본다면 협동이나 협력보다는 배려와 양보가 우선시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서로의 입장을 표현하며 양보하지 않고 실랑이를 펴며 보낸 시간이라면 충분히 어느 한쪽이 먼저 건너고 나중에 건너는데 걸린 시간과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공간에 놓인 다리였다면 그둘이 서로를 꽉 잡고 조금씩조금씩 자리이동하며 옮겨간것이 최선일수도 있겠지만, 강물위에서 누구 하나가 떨어질수도 있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붙들고 굳이 그 다리위에서 위치바꾸기를 했어야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설정은 제일 앞면과 뒷면에 나오는 <흐르는 강물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아요/커다란 다리에 대한 이야기도 안답니다...>라는 문구였다.
말이 없이 흐르는 강물이 모든 인간사를 비롯하여 자연사까지 꿰뚫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너무 멋진 표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