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할머니시리즈라 그런가? 아무튼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에 등장했던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할머니로 등장한다. 캐릭터의 그림이 너무 포근해보여 좋다. 할머니가 수박씨앗을 하나 땅에 묻는 것이 일파만파로 일이 커지게 된다. 땅에 묻는 광경을 본 고양이가 뭔가 땅에 좋은 걸 묻은 줄 알고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가신 후 파보게 되지만 기대했던 무슨 귀중품이 아니라, 까만 수박 씨앗 한개인것을 보고 툴툴거린다. 별것 아니라고. 그다음엔 또 강아지가 고양이의 행태를 보고 땅을 파게 되고, 그다음은 토끼가, 또 그다음은 여우가, 마지막으로 다시 호호할머니가 땅을 파게 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박씨앗이 묻혀있는 땅을 파헤친후 하나같이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돌아선다. 마지막으로 다시 땅을 판 호호할머니에게 끝내 화를 버럭 내는 수박씨앗. 용감무쌍하게 호호할머니가 수박씨앗에게 빨리빨리 자라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진거라고 오히려 화를 내버려 씨앗이 화가 많이 난다. 수박씨앗이 묻힌 곳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별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모든 동물들과 호호할머니집까지 줄기를 넓게넓게 펼쳐보이며 '이래도 내가 별것아니냐?'고 항변하는 모습이 너무 애절하고, 너무 안쓰러웠다. 수박씨앗의 항변이 일리가 있기에 귀여운 반항이 더 우스웠다. 왜 없는데서 험담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수박씨앗. 어찌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항변일수도 있겠다 싶다. 수박씨앗의 깜찍할정도로 귀여운 반항과, 궁금증을 못참아 땅을 파헤치는 할머니와 동물들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땅속에 묻혀있던 것이 수박씨앗이라 다행이지, 만약 몇억대의 돈가방이 발견되었다면 그들의 반응이 어떠했을지는 능히 짐작이 가능하다. 수박씨앗과 함께 재미난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