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현실에 대한 분노로 고통스러운 우리 모두에게 소설가 한수산이 전하는 삶의 고해성사 [용서를 위하여]는 결론적으로 모든것을 포용하고, 지쳐있는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랑과 용서를 행하라는 메시지인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온 한수산님의 글이다.

인간에 대한 큰 절망을 하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피력하는 저자의 인간내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일명 '한수산 필화사건'이라 불려졌던 사건에 대해 3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너무나도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가면서 어떻게 그들을 용서할수 있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종교계의 큰 거인인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을 씨줄로 놓고 작가 자신의 삶의 한부분으로 크게 자리했던 눈물과 기쁨을 날줄로 엮어놓은 사실과 허구가 한데 버무려진 소설이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리는 책이기도 했다.

"너 잘못한 것 다 불어."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곳에 끌려와 갖은 폭력을 당한후 자신이 들을 수 있었던 최초의 인간의 목소리로 기억했다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소름이 확 끼쳤다. 고문이라는 것, 육체의 학대라는 것... 인간만이 행하는 가장 잔인한 도구가 아닌가 싶다. 잔인할수 있는 것도 인간이었고, 그러한 잔인한 행동까지도 포용하고 용서해줄수 있는 것도 인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마음 한켠이 불편했고, 답답했고, 우울했고, 씁쓸했고, 슬펐던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는 말을 작가가 "저는 잊으렵니다. 용서하지는 못하덛라도 잊으려고 합니다. 제가 살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라고 쓴 구절에서는 정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추기경님이 하셨던 말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는데 한평생이 걸렸다던 그 말씀이 활자로 쓰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또 한차례 가슴이 멍해졌다.

작가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자신이 지나온 작가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또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이제껏 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안으로 품고 있었던 고통의 시간들에 대한 아픔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용서하지 못하면서 저는 어떻게 용서받겠습니까, 제가 용서하지 못한다면 저 또한 용서받지 못하는 것을, 단순함이여. 진정이여. 입에만 올렸지 가슴 저 밑바닥이 무너져 내리듯 끌어안지 못했던 나. 내가 용서받았으니 그들도 용서하소서, 제가 그들을 용서하오니, 저 또한 용서하소서"라고 읊조리는 작가의 심정고백을 들으면서 또 한차례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한채 꽁꽁 끌어안고 있었던 그분의 아픔이 느껴져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끊임없이 회개하고, 포기하고, 나누고, 더 단순하게, 더 뉘우치고 더 많이 버려야 한다고 한다.

난 그중에서 어떤 것을 행하고 있나 생각해보면서 앞으로는 나도 이런 삶의 모토를 실생활에 한시도 빠뜨리지 않고 행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p284)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항상 잊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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