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을 쏴라

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ㅣ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매국노, 친일파 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이름 이완용!

그가 소설이지만, 어찌되었든 소재로 등장했다. 어떤 형태로든 거론되는것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노환으로 죽은 그것도 호화스런 장례를 치른 이완용을 만약 암살했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게 하는 김상현의 역사소설이다.

죽음을 앞둔 경성거부가 이완용의 처단에 거금을 내걸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가지 의문은 이완용을 죽일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는 조수윤에게 김근옥이 " 세상에 죽을수 없는 사람은 없네, 다만 시간과 장소, 그리고 비용이 문제일뿐이지. 그런데 왜 하필 이완용인가?"하고 되묻는 대목이다.

정말 죽여야 할 친일파가 많았을 그때 그시점에서 굳이 이완용을 지목하여 암살을 모의한 이유는 뭐였을까?

단지 총을 잘 쏜다는 이유로 자신의 딸을 암살자로 지목한 아버지의 심경은 뭐였을까? 픽션이라 하지만, 그래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은 많았다.

너무나도 순종적인 여인상으로 아버지말씀에 어떠한 사고 없이 따르는 달래의 인생이 그시대의 여인네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완용의 저격이 실패했을 경우 망설이지 말고 아버지인 자신을 쏘라는 말을 들은 달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난 이완용보다, 이완용을 죽이려는 자와 보호하려는 자들보다 달래가 가장 가슴 아픈 인물로 각인되었다.

독립운동을 하기로 한 순간 큰 뜻을 위해 죽기로 결심했다면서 태어난곳은 택할수 없지만 죽는 곳은 택할수 있꼬, 또 태어날때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죽음에는 의미를 가질수 있다고 하는 달래 아버지 김근옥의 말이 그시대에 용감하게 독립운동 했던 모든 이들이 주장했던 내용이 아닐까 싶다.

또 슬픈 인물은 이완용의 암살 음모를 알고 저지하려는 친일파 조선인 순사인 박을문. 그는 이완용을 지켜내는 것이 역관의 자식이라는 신분을 떨쳐내고 출세할 수 있는 동앗줄이라 여겼다.  그러했기에 이완용과 같은 조선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부제라 할 수 있는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사건]은 어찌보면 한민족이면서 서로에게 총을 겨눌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어떤 목적의식이나 명분을 찾기 이전에 가슴 아픈 속앓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좀더 강했더라면 나라를 잃어버리지도, 또 살아남기 위해 나라를 짓밟는 행동을 하지도, 또 매국노를 찾아 처단하는데 청춘을 바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남녀사이에 흐르는 연애감정은 꼭 들통나기 마련이고, 그 변화를 목도한 사람들은 사생활은 사생활일뿐이라며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약용살인사건]의 작가 김상현의 이번 역사소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건전개가 참 긴박감있게 잘 돌아가고 있었고, 또 머릿속으로 그랬더라면~ 이란 상상을 하게 해주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