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난 이 책을 읽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껏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무겁게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읽고 난 후 느껴졌던 그 씁쓸한 맛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의 김현영의 작품이라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읽게 되었었다.

이 책은  미래 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화려하거나 인간내음이 나는 그런 공간이 아니었다.

작가는 우리가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가 초래한 결과라고 우리에게 받아들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정말 다가오는 미래가 이런 형태와 이런 색채라면 그 어느누가 살고 싶을까?

문학평론가 심진경의 추천평을 보면 러브차일드에 대해 이렇게 써놓았다. " 쓰레기에 의한(의료폐기물로 분류되는 낙태아들), 쓰레기를 위한(생애전환기 검사를 통해 폐기물로 처리되는 노인들), 쓰레기의(우리들 자신) 소설이다"라고.

어떻게 이것이 우리들 자신의 소설이라고 하는 것인지.

난 이 내용이 너무 낯설고 섬뜩해서 끝까지 읽어낼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가졌었다.

구성자체가 남다르다. 거의 100% 가까이 1편에서 시작되어 끝으로 진행되는데, 이 책은 6부터 시작해서 1로 진행되고 마지막이 7편이다.

김현영 작가다운 발상이지 않은가? 그녀의 소재선정에 있어서 신선함은 인정한다.

"우리가 존재했던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세상의 언어도 있었다.

세상이 우리에게 붙여준 처음이자 마지막 이름.

유일한 그 이름은,

'의료폐기물'이었다"(p10)

처음에 접하게 되는 낙태아들에 대한 이야기. 정말 가슴이 서늘해졌다. 드라마나 영화소재로 다뤄질때도 그들의 슬픈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팠는데, 이 책은 서론부터 이렇게 시작한다.

그들이 또 이렇게 되뇌인다. " 성장한 육신에 비하면 그저 얼룩에 불과했을 우리는 바짓단에 튄 흙탕물 자국을 지우듯 간단히, 처리됐다."라고.

얼마나 슬픈 독백인가.  그리고 또 60세에 대한 생애전환기 검사 역시 너무 놀라운 발상이었다.

이제는 평균 100세를 내다볼때가 도래했건만. 그 과도기에 걸쳐져 있는 60이라는 나이대에 치러지는 생애전환기 검사를 통해 재활용심사를 통과하면 다시 민가로 보내지고 탈락하면 폐기처분된다는 내용은 젊음의 시간에 열정을 바쳐 살아냈던 어르신들에 대한 모독이 될것 같았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느것 하나 가볍게 보아넘길수가 없었다.

작가는 이 모든 소재를 통틀어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비인간성을 고발하고자 했을지 모르나...

솔직히 읽어나가야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편치 않았다.

난 그래도 믿어본다. 우리의 인간적인 면을~ 결단코 절대로 이런 식으로 삭막해진다거나,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무시하며 살아가는 미래사회는 아닐것이라고.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서는 추천까지는 못하겠다. 개개인별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테니, 궁금한 사람들은 스스로 읽으며 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빠져들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덮는 순간 마침내 다 읽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참 끌어안고 있어야 했던 봄날 오후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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