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네 살구나무 -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
김용희 엮음, 장민정 그림 / 리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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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기대했던 만큼 참 맛깔스럽게 빚어진 동시조 모음집이었다.

책표지의 그림을 보면 너무나도 아늑한 시골집 풍경이 떠오른다. 집보다 훨씬 큰 살구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울타리가 동화속에 등장하는 그림을 연상케도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이라고 하여 동시와 동시조의 차이는 뭘까를 생각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동시조도 시라는 틀 안에 들어가는 한가닥의 형태라고 할수 있으나, 엄밀히 말했을때 그냥 아름다운 말의 나열로 된 시라기 보다는 우리 전통가락이 들어가 있는 우리만의 시라고 할수 있다.

이 동시조집은 우리나라 최초 동시조 동인회인 <쪽배>에서 활동중인 시인들의 동시조를 조금 보완하고 그림을 넣어 예쁘게 포장하여 출간한 것이다. 내용도 없이 포장만 예쁜 동시조집이 아니라, 정말 하나하나의 시마다 동심의 세계를 엿볼수 있을 정도로 예쁘고, 운율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책이었다.

제일 먼저 찾아 읽었던 [분이네 살구나무]

3연으로 되어 있는데, 어쩜 그렇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딱 알맞게 그리고 아이들이 한번 보고도 금방 외워 읊조릴수 있도록 간결하게 썼나 모르겠다.

그 싯구와 옆면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을 보며 읽었을 경우 머릿속에 가득 메울 살구의 시큼함과 삽살개가 뛰어다니며 아이와 놀고 있을 풍경이 그려진다.

그리고 [눈 오는 날]에서는 며칠전 지나간 어버이날과 함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손자녀석과의 대화일까? 할머니 젖가슴은 왜 포동포동하지 못하냐고 묻는 손자의 물음에 할일을 다하느라고, 네 아비 형제를 키우느라고 대답하는 우리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 띤 얼굴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괜히 뭉클해지는 것이다.

눈이 내리고 난 후 햇빛과 함께 물로 사라지면서 다시 원상태가 되듯이 할머니 머리에 있는 눈을 툭툭 털고 났을때 왜 검은머리고 바뀌지 않을까 라는 싯구에서는 순수할수 밖에 없는 손자의 마음이 느껴져 웃음도 자아내게 했던 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아무 생각없이 훌훌 읽어낼 만한 동시조는 아니었다. 다 한번쯤은 그 시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은 뭐였는지 생각하게 하는 묘미가 있다. 또 [떡볶이]라는 시에서는 뜬금없이 가족외식때 즐겨 찾는 떡볶이집에서 먹는 떡볶이 맛이 삼십 년 할머니 손맛/ 며느리도 모른대요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 며느리도 몰라!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고추장 광고가 생각나서 웃고 넘어갔다.

이렇게 이 동시조집은 우리에게 웃음도 주고, 가슴 뭉클함도 안겨주는 참 좋은 책이다. 아이 어른 할것 없이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올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시족의 가락을 맘껏 맛볼수 있는 귀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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