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만 보고는 연애편지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려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책장을 펼때까지 그런 기대를 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의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이 들기는 했으나, 읽기시작하면 역시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답다. 작가들의 위대함을 느낄수 있다고나 할까? 어쩜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사라져버린 희귀한 편지!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요즘은 전화로,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거나,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연애편지라는 화두를 내걸고 이야기를 쓴 것이다.

실험소외의 생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학원생 모리타 이치로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는 진행된다. 고독과 외로움을 벗어나고싶어 교토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수많은 편지를 쓰지만 정작 주인공이 써서 부치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부치지 못한 편지가 쌓여가던 정말로 어느날 '연애편지의 기술'이 무엇인지 터득하게 되고, 드디어 가슴앓이했던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는것이다.

연애편지 대필 벤처사업이라는 아이템을 어떻게 생각해낸 것일까? 근데, 그 사업도 실효성이 있을수 있겠다 생각이 잠깐 들었다.

너무나도 빨리 진행되는 요즘 편지를 받는다는 것, 그것도 누군가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보내주는 편지를 읽는다는 것... 가슴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사랑이, 사랑이, 지나치게 무겁습니다."(p102) 난 참 이 구절이 가슴 먹먹할 정도로 좋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의 무게에 힘들다 느껴질때 정말로 저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 주인공은 좌충우돌, 어떨때는 버럭 화를 내기도 하지만 원래 인간사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일이 뜻한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많이 힘들고 많이 방황하는 청춘시절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옆에 누군가 어깨를 끌어안아주며 다독이는 말처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시기도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에 목말라하고, 또 세상이 다 끝날 것 같은 힘든 시간도 분명히 지나갈것이며, 나중에 되돌아봤을때 추억으로 자리잡을거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정말 이 작가가 표현했듯이 편지라는것.(난 어째 이 책이 연애편지보다는 편지라는 큰 테두리로 묶어 생각하게 된다.)이 단순히 하얀 여백에 글자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편지를 써나가는 즐거움, 상대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즐거움, 막상 답장이 와서 봉투를 열 때의 즐거움, 편지를 몇번이고 다시 읽는 즐거움 등등(p375)이  한데 어울려져 이뤄내는 집합체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바쁜 일상속에서 편하고 빠른 길로만 갈것이 아니라, 가끔씩은 내 주위의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처음에는 그저 무덤하게 밋밋한 느낌을 주는데, 읽을수록 빠져들수 밖에 없는 마력을 가진 작가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내가 친구에게, 부모님께 편지를 썼던 그 아련한 기억을 만나게 된다. 난 정말 편지 다 쓴 후 ps해서 장난스럽게 몇글자 긁적이는 그 재미를 톡톡히 봤는데... 4월이 가기전에 편지 한통 진심어린 마음으로 써서 부쳐봐야겠다. ps도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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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4-3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