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곽재우
조민 지음 / 문학지성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껏 그냥 단순히 의병 정도로 알고 있었던 곽재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고마운 책이다.

이순신장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이순신과 곽재우를 뛰어난 장수로 꼽았는데... 곽재우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것이다.

임진왜란시 왜군을 무찌르는데 이순신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것은 부정못한다. 하지만 그것과 버금가는 의병의 활약도 있었으며,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이 곽재우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역사속에 묻혀버린 곽재우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필자는 애써 화려한 문장 수식이나 비유 등의 기법 사용을 자제했다고 한다. 정말로 책을 펼쳐 결코 얇지 않은 두께와 지면을 가득 메운 활자들을 보면 곽재우의 이야기를 그저 소설로 읽어만 가기에는 죄송스러울 정도다.

과거시험에 합격을 하였으나, 결국은 임금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이라 무효처리가 되고 출사의 뜻을 접고 은거하며 지내다 임진왜란을 겪게 된다.

과연 본인의 뜻을 배척시했던 나라를 위해 어떠한 감투도 없이 순수하게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의병을 모아 나설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곽재우의 아들이 뒤늦게라도 자신의 아버지를 알아주는 분이(이수광이 이순신과 함께 명장으로 칭한 것을 알고 감격해서 한 말이다.) 계신다고 기뻐하며 흥분하자 "선비는 이익을 바라고 행하면 안 되느니라. 어떤 것을 바라고 한다면 그것은 의로운 행동이 아니다."(p13)라고 타이르는 대목이 있다.

역시 현자와 위인들은 이러한 사고관을 가지고 있기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인가 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을 모아 수많은 전투를 치러냈고, 조건없는 나라사랑을 했건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일명 정치하는 세력들이 그를 모함하고 투옥하고 유배까지 가게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남을 탓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오로지 백성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 하나로 , 끝까지 정치판의 노예가 되지 않고 소신을 갖고 한시대를 살아냈다.

이 책을 통해 곽재우의 삶과 그의 사고관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저 의병장 정도로 알고 끝냈을거라 생각하니 아찔하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라는 것은 참 사람 마음을 어지럽히는 제도인것 같다. 올바른 것을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각오로 임했던 이들이 고위관직에 오르게 되면 초심을 잃고 소인배의 대열에 빠져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도 어쩔수 없는 불변의 진리인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깨끗한 이는 더러운 세상을 피하고 더러운 이는 세상의 더러움을 취하니 조정은 더러운 이들끼리의 추악한 싸움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p354)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한 글인지... 새삼 놀라울뿐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양복을 말쑥하게 빼 입은 예비정치인들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며 한표를 부탁하는 현 시점에서 그들 모두 이 책을 한번씩 읽고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곽재우를 왜 단순한 의병장이 아닌 현자로까지 칭하는지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해준 책이었고, 또 책의 뒷면에 저자의 싸인까지 있어 두고두고 생각날때마다 뒤적이며 곽재우의 삶을 동경하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