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와 나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제목만 듣고 난 이 책이 케네디 암살관련에 관한 배후 관련내용인가 했다.

그렇지만 전혀 딴 방향의 내용이었다. 정치와는 전혀 무관했고, 단순히 케네디 암살 당시 차고 있었던 시계와 약간의 관계성만 있을 뿐이었다.

책의 처음 내용과 마지막 내용은 동일하다. [어네 나는 권총을 샀다.]

참신한 기법인 것 같아 좋았고, 또 어찌보면 우울하고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푸념식의 독백형태의 글이었지만 쉽게 잘 읽히는 장점이 있다.

글을 잘 쓰던 45살의 작가가 어느날 갑자기 글을 쓸 수 없는 공허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이 소설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는 형태이다.

나는 마흔다섯 살이고, 이제 더 이상 삶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는 씁쓸한 느낌 때문에 괴롭다(p11)는 소설가의 독백은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그 연령대에 능히 가질수 있는 허무함을 뱉어내는 말이라서 가슴에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애정을 쏟으며 해 왔던 모든 일에 대한 권태와 무력감을 없애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글을 다시 쓰기 위해 권총을 사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 서랍을 열어보게 될까 열쇠로 잠그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하면서도 또한편으론 집안 식구 어느누구도 그 서랍속에서 소설가의 비밀을 찾아낼 정도의 관심은 없다고 느끼는 부분에 있어서는 오늘날 우리 가족들의 소홀하고 데면데면한 관계를 엿보는 것 같았다.

아내는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의 의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 불륜을 알면서도 소설가는 이제껏 침묵을 했었고... 또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관심이 없고 또 아버지 역시 아이들에 대한 어떤 관심이나 애정이 사라진지 오래인 형태의 이 가족을 보면서 이게 뭔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아내의 불륜상대인 의사에게 난데없이 진찰을 받는 주인공. 그의 생각은 뭐였을까?

침묵과 방관자세로 일관하던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서 못났다 생각과 함께, 비열하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남자주인공이 갑자기 집착하게 된 케네디의 시계가 과연 그의 삶에 어떤 역할로 작용했는지는 아직까지도 알쏭달쏭하다. 그것마저도 아이러니컬하게 현대인들이 사람에게서 느껴야 할 어떤 공감대를 사물에 집착하는 것으로 묘사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시계로 주인공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완벽하게 이해할수 없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이 인생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힘들고 넘어져 절망할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멋지게 유머러스하게 살아낼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전망이 좋은 서재를 지하로 옮기면서 그 안에서 평화를 얻은 주인공과 반대로 서재를 차지하게 된 아내가 그 안에서 어떤 해탈을 하게 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이들 가족이 좀더 따뜻하고 친밀한 구성원으로 똘똘 뭉치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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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4-0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