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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정말 사람 맘을 평온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 맛있는 책이었다.
일단 책 내용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보는 이의 맘을 그냥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았다.
한 스푼이라는 의미... 욕심내지 않은 그 한 스푼이라는 어감이 듣기 좋고, 그 한 스푼에 목숨까지 건 역사속 천재들의 이야기라 하니 어찌 구미가 안당길수 있었겠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어떻게 이런 책을 출간할 생각을 했는지 참 궁금해지기도 한다.
간단한 티타임부터 시작해서 성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리문화와 음식문화를 1년365일이라는 구성하에 하루도 빠짐없이 다채롭게 써내려간 이 책은 읽는 이에게 많은 상상과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유래나 레시피, 역사의 순간에 감춰진 음식일화 등 여러 이야기들을 다이어리에 메모하는 형태로 소개하고 있어, 편하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다.
1년 365일을 마치 달력의 형태로 제시하면서 그 하루하루에 음식관련 제목을 정해 그와 관련된 상식도 소개하고 역사 속 천재 미식가들과 얽힌 일화 및 그들이 요리와 함께 남긴 말들, 또 조리법, 각 재료들의 관리법, 와인의 상식등은 우리를 맛의 세계로 초대하여 그 기운을 느끼게끔 도와준다.
바쁜 아침에 자주 만들곤 하는 오믈렛이 처음에 달걀을 깰때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구분해 만들면 더 맛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은 동물만이 아니라 동물로부터 얻어지는 우유, 치즈, 달걀 등까지도 먹지 않는다는 내용을 읽으면서는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먹는다는 것... 그저 단순히 살기 위해 이뤄지는 행위가 아니라 우리네 인간들이 충분히 즐길수 있는 행위라는 것. 그렇기에 먹는 법이라던가, 재료를 다루는데 있어서 충분한 지식도 겸비해야 한다고 본다.
365일 미각일기라고 하여, 결코 음식관련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당시의 시대상과 음식관련 역사적 사실까지 읽을수 있어 다방면으로 유식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관련 이야기는 아주 짧게 소개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커피하우스는 남녀노소, 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동일한 것 같다.
그리고 소개된 몇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과연 따라할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나름 열심히 읽고 언젠가는 한번 해내고 말리라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떼놓을수 없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앞으로는 이 책의 저자들처럼 즐기면서 멋지게 해내고 싶다.
또한 피해야 할 식당과 고객의 조건도 적절하게 안내해주고 있으며, 와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식을 나눠주었건만... 난 그래도 달달한 붉은 와인이 맛있으니 참 촌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알찬 내용을 다 읽고 덮은 후 난 아이러니컬하게도 간단하게 기재하고 있는 다이어리의 활용도를 좀더 넓혀서 여러방면의 지식과 기억들을 꼼꼼히 기재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친구들과 간단한 저녁을 함께 한 6.11 "이름 모를 와인을 포도주병에 담아 계속 마셔댔다. 엄청 먹었고 아무도 집에 가려 하지 않았다."라는 메모처럼 나도 언젠가 친구들과 이런 편안한 만남을 가져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각박해져가는 현대에서 친구와의 이런 격없는 식사모임은 사람을 한없이 따뜻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이책은 두께에 비해 한번 재미를 붙여 읽게 되면 가속도가 엄청 따라붙어 금방 읽어낼것이라고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