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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참 흥미로웠다. 이사를 다녀 집이 아홉번째라면 당연히 대문도 아홉번째여야 할텐데... 그 숫자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일까?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라 심사평도 여러개였다.
솔직히 이런 수상작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먼저 선취점을 갖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내노라 하는 작가들의 멋진 심사평이 곁들여진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신뢰가 간다.
우선 책에 둘러쳐진 띠지의 평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읽고 나면 가슴속에 깊은 우물이 하나 파인다."
정말 내 맘속에 맑고 깊은 우물이 한개 들어선 기분이 든다.
어찌보면 평범한 남자의 일상 이야기 일수도 있다. 단지 그 남자의 직업이 대필작가라는 것. 깊은 뜻을 가지고 작가라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둔 사람이 아니고 단순히 생계의 수단으로 택한 직업일 뿐이다. 그러한 남자의 일상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날 갑자기 이 남자는 죽은자를 볼수 있게 되고...산 자가 죽은자를 본다는 것은 어찌보면 섬뜩할수 있으나,
이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오늘도 죽은 사람을 넷이나 보았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하고 누가 묻는다면, 무례한 질문이 아니다. 어찌 된 건 하나도 없다. 죽은 사람을 본다고 내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내가 보기 전부터도 그들은 있었을 것 같으므로 세상도 새삼 달라진 것은 아니다."(p90) 이 부분에서 난 이 남자의 고독이 느껴져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죽은자와 소통하면서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 남자의 씁쓸함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개에게 태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것도 참 새로웠다. 자식을 키우는 심정과 엇비슷했을거라는 남자의 말대로라면 태인이라는 개가 이 대필작가의 부부에게는 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남자의 쓸쓸함은 아내와 함께 걸었던 길을 회상하는 대목에서 또한번 느낄수 있었다. 어찌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후에야 그 사람의 빈자리를 느낀다는 점은 항상 많은 후회를 안겨주는 것 같다.
단순한 길 산책이었지만 아내는 너무 행복해했고 "앞으로도 같이 걸을 거지요?"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니 같은 길을 걸어갔을,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남자가 짊어진 후회의 무게는 참 대단할것 같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왜 아내와 함께 걷는 일에 의미를 못두었을까 하고 뉘우치는 대목은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지금 당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챙기라고 조언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사랑에 대한 구절을 읽으면서는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랑이 주제가 아닌데도 많은 소재거리를 제공해준다.
"어머니가 종종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하곤 했찌만 두 분이 다투는 건 본 적이 없다. 아주 금슬 좋은 부부는 아니라도 나는 두 분이 서로 사랑하는 줄 알았다. 두 분은 그저 상대에게 성실했을 뿐인지 모른다. 아버지는 끝까지 성실하지도 못해 스스로 생을 버렸다. 사랑은 하나의 시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p249)
참 솔직하게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린 것 같다. 사랑을 하려면 치열하게 하고, 아낌없이 주고, 후회없이 해라... 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막막하고 허허로운 감을 느꼈다. 아주 단순하게, 단조로울정도로 간단하게 기술된 어느 한구절에서 괜시리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것도 느꼈다. 제목이 독특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심사평이 너무 좋게 쓰여 있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이 작가의 평범한 글에 녹아있는 따뜻함을 볼 수 있어 뿌듯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