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안녕, 프란체스카」「소울메이트」로 알게된 조진국이라는 작가의 신작이라 은근히 큰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다.
참 감성적으로 글을 예쁘게 잘 쓰는구나 하는 느낌을 역시나 이번에도 선사했다.
사랑이라는 것이 항상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같이 바라보는 관계면 무슨 고통이 있겠는가? 항상 비껴가는 데에 문제가 있고, 아픔이 있는 것 같다.
「키스키스뱅뱅」역시 꼭꼭 숨겨놓은 곳에 그들의 사랑점이 있었으니 주인공 4명의 사랑이 다 가슴 아팠다.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에서 그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이별할땐 더 사랑한 사람이 덜 아프다”라고 했다.

Poison prince - 현창
My heart is as black as night - 서정 
Writing to reach you - 기안
Broken bicycles(Crying bicycles) - 희경 
이런 부제목을 달고 이야기는 각각의 시각에 의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 4명은 모두 가슴에 사랑에 관한 상처를 끌어안고 있다.
서로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고, 포용할수 없었기에 더 아픈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난 이 4명모두가 다 나의 친구인것처럼 다가왔다. 그러면서 의문도 생겼다.
안정적이고, 이해력이 좋은 기안에게 서정은 결코 안주할수 없었을까?
왜 희경은 다른사람이 아닌 서정의 남자에게 집착하게 되었을까?
유년의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살아볼수는 없었을까? 현창은...
기안은 왜 좀더 서정을 끌어안지 못했을까? 어차피 나중에라도 곪아터질 관계였을까? 기안과 서정은?
정말 각기 다른 성격과 직업을 가진 4명의 사랑의 작대기를 보면서 내가 더 맘이 아팠다.

어느누구의 사랑이 진실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단언지을수는 없다. 맞다. 모든 사랑에는 그 색깔과 향이 다를뿐 결코 틀린 것이 없기에.
어찌보면 이 4명 모두 어두운 과거를 훌훌 벗어던지지 못했기에 현실이 더 험난하고 고달팠는지도 모르겠다.

상대에게서 아픈 자신의 모습을 봤기에 더 부정하려 들었을수도 있는 서정.

당신없이 안되게 해달라던 희경의 부탁이 걸리긴 했지만 잠시라도 떠올리지 않는 쪽이 편했다.(p51)-현창은 어쩌면 빗겨가려 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운명은 그리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잠시라도 떠올리지 않으며 그냥 본인의 삶을 살려 했던 현창을 서정과 맞대면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속마음을 다 모르는 것 같았고, 그러는 편이 더 낫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픈 청춘의 한가운데를 일부러 명랑한 얼굴로 통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스릴 수 없는 슬픈 피가 달리는 보라색 동맥을 얇은 피부가 덮고 있었지만, 안이 다 들여다보였다.(p86)-자신의 아픔을 모른척 망각하며 살려했던 서정은 그나름대로는 포장된 삶을 살았다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녀의 청춘은 저렇게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픈 시간이었을 것 같아 참 맘이 아팠던 구절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을 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꿈은 간절히 소망하면 할수록 우주가 도와주기는커녕 발을 붙들고 있는 슬픔의 진창만 더 깊어질 뿐이다. 여전히 지금도 내 손에 잡히는 건 쉽지 않은 것들뿐이다. 무섭게 타들어가는 연기와 신나는 척 연기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다.(p145)-이 얼마나 슬픈 말인가... 나는 열심히 갈망하며 앞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데, 내가 딛고 있는 땅이 슬픔의 진창이라 한다면. 서정의 슬픔은 이렇게 깊어갔구나 싶다.

그녀와 이 가죽 소파의 튼 살처럼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다고(p160)-서정과의 단란한 한때를 꿈꿨던 기안의 인간적인 소박한 바람을 보는 것 같았다. 오래쓴 가죽소파는 때가 묻고, 심하면 뜯어지기까지 하는데 기안은 그런 모습조차도 사랑했을 남자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남자의 과거가 순탄치 않았기에... 그가 원하는 사랑만큼은 그가 바라는대로 이뤄지기 바랬으니까.

친한 사이라고 해도 평등한 관계는 아니었다.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누가 더 좋아하느냐,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갖는 쪽이 생기게 된다.(p170)-희경이 어떤 시각으로 서정을 바라봤을지 알기에 느껴지기에 그녀의 행동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희경은 또다른 방식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서정을 사랑했을 것 같다. 희경은 왜 본인이 서정에게서 벗어나보려, 서정의 곁을 떠나볼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그랬더라면 희경도 참 예쁜 사랑의 주인공이 되었을텐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가슴에 와닿았던 구절들이다.
되씹어봐도, 그 4명의 사랑은 처절할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써도 된다면 말이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아플수도, 행복일수도, 큰 축복일수도 있다. 아프다고 안할수도 피해갈수도 없는 것이다. 작가는 예전 작품과 똑같이 사랑에 대한 표현을 달리 했을뿐 사랑은 역시 해볼만하다고 제시하는 것 같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나머지 사랑은 상호간에 믿음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끝없이 신뢰하고, 의지가 되어주고, 지렛대가 되어주는 그런 거래(?)여야 할 것 같다.
열렬히 사랑하다 그 사랑의 결과물이 상처뿐이더라도 그것마저도 아련한 추억으로 새살이 돋아날터이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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