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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책 읽기를 좋아라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로맨스부분에 있어 관심이 더 많다.
또 꽉닫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이도우님의 글은 항상 나를 행복한 상상에 빠져들게 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처음 접했을때의 그 신선함과 담백하면서도 달달했던 기억이 나를 오랫동안 그 책에 묶어두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냈다. 첫 산문집이라는 사실보다도, 이번에는 그가 어떤 글자의 묘미를 선사할까라는 기대가 컸다.
사서함도, 잠옷을 입으렴도 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도 생각나게 하는 대목들이 많았고...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서함 책을 다시금 꺼내들게 했다.
일단 <밤은 이야기 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라는 책 제목도, 책의 표지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일상은 크게 낮과 밤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유독 밤에는 센치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느누구라도 작가의 기운이 치솟는 것 같다.
그래서 밤에 쓴 글들은 그 순간에는 정말 내가 셰익스피어라도 된듯이 대단한 필력을 과시하며 쭈욱쭈욱 막힘없이 매끄럽게 글을 써나간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읽어보면 어떻게 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성적인 글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 글들을 폐기해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밤은 심리적으로 약해질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나 자신을 제3자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바라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을 한번에 후다닥 읽지는 못했다. 조금씩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왔었다. 역시 좋았다. 이 작가는 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책은 부제 역시도 감각적이다.
왜 그런것 있지 않은가? 그사람이 좋으면 그사람의 뭣하나도 다 예뻐보이고 근사해보인다고.
그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좋다.
그리고 나 이외 다른 사람을 참 편안하게, 그리고 모든것을 포용하는 것처럼 다독여주고 있어 좋다. 그럴수 있다고, 책을 읽으면서 뭔가 깨우쳐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 좋고, 그냥 편안하게 읽으라고 해서 더 좋다.
그리운 기억은 만들면 되고, 무서운 기억은 지우면 된다고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도 다 아는 글귀인데도, 왠지 그 문구 앞에서 멈춰있었다.
내가 요즘 사무실내에서 껄끄럽게 지내는 동료땜에 너무 힘들어서 그런것일까?
일이 많고 힘든것은 얼마든 극복하고 참아낼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힘듬은 어지간해서는 극복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굳이 그와의 힘든 관계에 연연해서 오늘을 망치면 안되지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도 그랬다.
<우리 곁을 스쳐가는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이 좋은 날임을 잊지 않고 알아봐주면 되는 것이라고.>
내 곁을 스쳐가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의 인생을 만들어가듯이 그게 나중에는 좋은 시절이었다 기억할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그는 또 책너머에 있는 독자들에게 참 편안하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나도 그런 편안함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고 싶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기록하지 않은 날이 기록한 날보다는 훨씬 많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다면 그 많은 날은 쓸쓸하지 않았던 날들이니까. 마치 쓸쓸할 새도 없이 살아낸 비어 있는 날짜들을 기억해주기로 한다. 기록하지 않았던 이 름표 없는 보통의 날들>이라고.
분명 이 문장들을 보면 특이한 용어를 썼다거나, 그럴싸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놓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쏙쏙 와 닿는다. 그게 작가의 힘인가?
어찌보면 물흐르듯이 평온하게 흘러간 나날들이 더 많다. 그 부분에 무한한 감사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충분히 평온해질수 있다고.
그렇기에 나를 둘러싼 모든이들에게 굿나잇이라고, 굿모닝이라고, 굿데이라고 밝게 건네는 나날들로 꾸며야 한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책이다.
<본 서평은 '위즈덤하우스'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