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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게임화 전략과 만나다 - |로열티 3.0 = 동기 + 빅데이터 + 게임화 전략|
라자트 파하리아 지음, 조미라 옮김, 김택수 감수 / 처음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분량은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데, 다루는 내용이 묵직합니다.
결국 비즈니스의 사활은, 변덕스러운 고객을 어떻게 기업의 곁에 잡아 둘 수 있는가의 문제에 달려 있습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충성"할 수 있게 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경쟁 속에서 도태하는 게 당연합니다. 문제는 "로열티"인데, 이를 어떤 방법으로, 또 양질의 형태로 붙들어 두느냐는 게 과제입니다.
라자트 파하리아는, 시쳇말로 "게임화"라는 말이 뜨기도 전에, 이미 게임화(gamification)의 방법을 업계 최초로 개념화하고, 이를 사업의 장에 띄워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입니다. 그가 설립한 "번치볼"이라는 회사는 일 찍부터 많은 미디어로부터 혁신 기업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았고, 현재도 유수의 대기업(NBC, IBM, 아이스하키클럽 LA 킹스 등)들로부터 특정 섹터의 "게임화" 수주를 받아 자사의 첨단 모델을 곳곳에 보급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번치볼이 추구하는 "모든 사업의 게임화"라는 야심찬 전략은 현재진행형으로 성장 중이며, 아직 엔드 유저들은 실감하지 못하나 머지 않아 비즈니스, 일상 생활의 전영역을 (우리가 의식하건 그렇지 못하건) 지배하는 원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기초적인 생존 욕구가 충족되기 전에는, 타율적인 동기(책에서는 외적 동기라고 표현합니다)에 의해서, 아니면, 얄팍한 인센티브에 의해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종래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조직행동론은 다 이런 타율적 혹은 외적인 동기의 관 점에서 목표를 추구하고, 또 마케팅 이론을 정립해 왔습니다. 아직도 일부 노령층 관리자들은 이런 지난 시대의 관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나, 물리적 생존은 더 이상 위협받지 않습니다. 대량 인명 살상이 우려되는 전쟁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벌어지지 않고 있고(지난 시절에는 문명 세계조차 상시적인 전쟁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죠), 기근의 문제는 질소 비료 개발과 녹색 혁명으로 어느 정도 해결을 본 상태죠. 사람들은 더 이상 집단의 명예나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추구하며 이른바 "삶의 질"을 지향합니다. 양적인 지표는 더 이상 경쟁에서의 승리와 성취를 담보하지 못합니다. 기업 내적으로는 직원이, 기업 외적으로는 충성스러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양질의 프로세스를 통해서만이, 기업은 진정한 시장의 승자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보장하는 전략이, 저자가 말하는 게임화이며, 이를 위한 수단이 빅데이터이고, 그 최종의 로엹티 프로그램이 "로열티 3.0"이라는 거죠.
인간의 자발성이야말로 일찍이 체험하지 못했던 양질의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무한대의 리소스입니다. 이미 여러 논자가 지적한 대로, 아무 소득도 명예도 없는 무보수의 노동을, 인간은 기꺼이 labor of love에 의해 수행하는 게 그 본능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성과는,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동원된 수량화의 산물이 넘보지 못할 양질의 결정체인 게 또 보통이라는 겁니다.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어떻게 하면 보다 집중적이고 고급의 노고가 깃든 생산물, 서비스를 창출해 내느냐로 많은 경영진의 고민이 기울여지고 있는 작금, 이 게임화야말로 자발적 지성의 노고를 힘들이지 않고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대안이 아닐 수 없죠.
내적 동기는 전통적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자발성(autonomy)㉡숙달(mastery)㉤사회적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이 그것이며, 자기결정성 이론(SDT)에서 디치, 라이언 두 교수가 확립한 이론이죠. 여기에 저자는, ㉢목적(purpose)㉣ 도달(progress) 두 가지를 추가하여, 소비자와 직원의 내적 기제를 보다 세분화합니다. 이 다섯 가지가 모두, 게임화 모델을 개발함에 있어 최우선 전제로 고려해야 할 5대 내적 동기입니다. (저자가 고려하는 동기가, 단지 소비자의 동기가 아닌, 기업 직원의 동기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기업은, 소비자뿐 아니라 직원의 마음까지 양질의 충성을 확보하느냐의 여부를 주목합니다)
이 러한 내적 동기를 충분히 주시한 후에는, 이를 빅데이터와 결합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빅데이터는 이 책뿐 아니라 여러 다른 책, 그리고 TV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었습니다만, p64에 나와 있는 정의를 옮겨 다시 한번 고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단일 기관이 통제하지 않으며ⓒ기존의 정형화한 통제 프로그램에 의해 관리되지 않으며ⓓ그 크기가 매우 큰 데 이터를 말합니다. 이 빅데이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이 책의 주제인 "게임화"와 직접 관련은 없으면서도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어 부대 지식의 축적에 도움을 줍니다. 그 중 제가 눈여겨 본 건 크라우드 소싱(아웃소싱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의 로그에 의해 자원을 확보하기), 휴리스틱이 아닌 알고리즘(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되는데요, 알고리즘은 기계적인 프로세스, 휴리스틱은 인간의 감각, 직관에 의한 절차라는 점에서 구별됩니다)에 의한 신규 직원 채용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가 이뤄집니다. 다만 저자는, 이 제록스의 예가 전화상담원이라는 다소 기계적인 업무 종사자였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꼼꼼한 당부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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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달 |
목적 |
진전 |
사회적
상호작용 |
자발성 |
빠른 피드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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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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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가로행은 게임화기법, 세로열은 동기항목입니다. " 탑승"이 뭘까 하실 분들이 있을텐데, 예전부터 쓰이던 기법입니다. "윈도 마법사" 같은 걸 생각하시면 되고, 최근 어도비 포토샵의 방대한 기능을 보다 쉽게 사용하는 일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탑승(onboarding)" 은 특정 기술에 익숙해지는 동기 외에 어떤 다른 팩터도 작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로 신분 상승을 이뤘다 한들, 그 성과를 자랑할 대상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냐는 아주 소박한 전제조건(그러나 때로는 가장 강력할 수 있는 동기의 구체화)을 이르는 말입니다.
책 의 나머지 두 장은 이의 실전화를 위한 다양한 사례와 추가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붉은 여왕"의 법칙을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세상이 워낙 치열한 경쟁 속에 탈바꿈하다 보니 질주를 해도 결국 그 자리지만, 우리는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저자는 "게임, 디지털 네이티브"를 이야기합니다. 날 때부터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을 접하고, 디지털 부호화의 코드와 호흡이 자연스러운 세대를 소비자와 직원 pool로 대면해야 하는 기업은, 냉큼 이 현실을 status quo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편이 명하다는 말입니다. 이 native라는 단어는 저자에게 좀 다른 의미로 와 닿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저 맨 위 사진에서 보아 알 수 있듯, 그는 인도계 이민 2세입니다. 하지만 그 자신은 미국어 네이티브이고, 받은 교양과 지식은 어느 코카서스 인종에 뒤질 것 없음을 알리려는 듯 곳곳에서 인용하는 현란한 비유, 풍부한 지식의 동원은 책 읽는 재미를 배가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번역도 참 갈끔하게 이뤄졌는데요. 기술경영 서적이 이만한 가독력으로 읽히는 체험도 흔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자의 이름이 Rajat Paharia인데, 책에서는 계속 Lajat로 나와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사진에서 보듯 "쇼"라는 글자가 매번 깨져서 인쇄된 것이 눈에 거슬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