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중국 문화 유산인 한자를 적절하게 받아들여 조어력을 풍부하게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어는 그 어휘의 상당수가 한자어인데, 이 때문에 한국인이라 해도 한자를 잘 알지 못하면 문해력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 1단계 교재는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학생들에게 추천되는데, 제가 읽어 보니 성인인 저도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으나 사실은 부정확하게 파악했던 사항이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확하고 친절한 교재로 또박또박 공부한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바른 지식에 근거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높은 효율의 이해가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뤄졌습니다. 한자어 공부가 국어에 가장 직접으로 관련되었음은 당연하지만, 사실은 사회과 여러 과목에도 한자어 이해 실력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건 우리가 은근히 간과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가 다닌 중학교에서는 도덕과 선생님이 단원 설명을 하기에 앞서 어휘의 뜻을 설명해 주기도 했는데, 단어의 뜻도 모르고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 올바른 교습 방법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예 초등학생 때부터 한자어를 쉽고도 정확하게 공부한다면, 중학생씩이나 되어서 새로 어휘 실력 체크를 할 필요가 없겠으니 더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 셈입니다.
제3장에서는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나오는 한자어를 가르칩니다. 모양 형(形), 곧을 직(直) 같은 한자는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용어에 포함된 것들인데, 이 외에도 셈 산(算)이나 만물 물(物) 같은 게 한자로만 봐서는 생소할 수 있어도 사실 우리들이 학생 시절 너무도 익숙하게 봐 오던 것들입니다. 모든 장은 7일분량의 과제로 채워지는데, 단 2장(사회), 3장(수학, 과학)은 하루치가 더 늘어 8일자의 분량입니다. 제4장은 예체능, 그 외 학교생활에 관련된 어휘를 가르칩니다.
어휘를 익히고 나면 문장을 제시하고 그에 밑줄을 그어 그 맥락을 맞히게 하는 문제들이 여럿 나옵니다. 가령 p14를 보면 작가, 작품, 학문, 창작, 저작권 등의 어휘가 나오며, 만약 이 단어들을 일일이 한자로 다 쓰게 한다면 아마도 초등학생에게 좀 부담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교재는 그렇게 하지 않고, 대신 저렇게 제시된 단어들 안에 공통된 글자 작(作)이 포함되었음을, 어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배우며 눈치 채도록 하여, 한자가 어떻게 연관된 어휘 세계를 이루는지 몸에 배도록 돕습니다.
"이 소설 (작)(품)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다."라는 문장에서, 괄호 안에 작품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채워 넣을 수 있는 실력을 초등학교 2학년 정도라면 갖추어야 마땅합니다. p15를 보면 "작(作)"이라는 한자가 포함된 여러 단어들을 맞히게 하는 문제들이 죽 나오는데, 어떨까요. 어른들이라면 과연 보기 없이 빈칸을 채울 때 그저 문맥만 보고서 정답을 채워 넣을 수 있을까요? 물론 학생들에게는 교재에서 보기가 주어지기 때문에, 약간은 어려워할 수 있어도 결국은 풀이가 가능한 수준의 문제들입니다. 편집도 시원시원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루해하지도 않습니다.
p54에는 남녘 남(南)이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남북(南北)은 남쪽과 북쪽을 함께 이르는 말, 남해(南海)는 남쪽에 있는 바다, 남반구(南半球)는 "적도를 경계로, 지구를 둘로 나누었을 때, 그 남쪽 부분"이라는 뚯이라고 교재에서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남반구라는 단어를 큰 무리 없이 이해할 만합니다. p57을 보면, "남반구는 계절이 북반구와 반대로, 여름에는 겨울이 된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어찌보면 바로 이 과학적인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이 단어를 알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단, 11일차 컨텐츠는 과학이 아닌 사회에 편성되었습니다. 고교 지리과에서 이것 관련 지식을 배우기 때문이겠습니다. 사실 지구과학에서는 이보다 훨씬 난도 높은 내용을 배우므로, 이 정도는 사회과에서 커버해야겠죠.
무생물, 미생물, 동물, 식물 등의 단어를 p95에서 배웁니다.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기보다, 이처럼 체계를 가지고 여러 개념들을 공부한다면 헷갈리지도 않고 더 오래 지탱될 수 있는, 확장성도 더 높은 지식의 구조를 머리 속에 어려서부터 지을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