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업계지도 - 한발 앞서 시장을 내다보는 눈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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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천안에서 V리그(한국 프로 배구 리그) 올스타전이 열렸습니다. 올스타전은 프로리그를 갖춘 종목, 국가에서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 혹은 스포츠인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도 반드시 치러지는 행사인데요. 소속 팀에 무관하게 감독, 선수, 심판 간에 우의를 다지고 평소 못 보던 모습을 구경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뭇한 광경 말고도 제가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건,  리그에 직접 참여하여 해당 기업의 홍보 효과를 보려는 당사자 외에, 다른 어떤 기업들이 협찬하여 그들의 로고를 대중에게 노출하려 애썼나 하는 거였습니다. 이런 스포츠 행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거나 관심 갖는 기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본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죠. 제 생각에는 총체적 호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지 못해도, 국지적으로는 여전히 맹렬한 현금 흐름이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쉽게 말해 (잘 안 풀리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아도) 잘나가는 기업은 여전히 잘나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컴백 2년차가 되던 작년 어느 인터뷰에서 "(없던)제약이 많아져서 불편하다"라고도 털어놓았습니다. 자세한 언급은 없었으나 아마도 협찬사들의 로고를 어깨나 팔, 등에 붙이는 리그 협약을 두고 이른 것이겠습니다. 유니폼 등번호(콩글리시로 하면 백넘버) 하나에 민감해져 컨디션이 극과 극을 오가는 선수들의 예전 행태를 보면 보수적인 축에서는 이런 상업적 행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이해 관계가 직접 부딪히는 구단 운영 기업측도 마찬가지 -배구를 예로 들자면 흥국생명과 농협보험 등). 저는 반대로 적극 옹호 쪽인데, 자본주의가 머리를 짜내서 기존에 없던 마케팅 활로를 개척하는 건 아직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반증도 되며, 리그도 구단 직접 후원 외 미세하나마 다른 채널을 모색하는 게 먼 장래를 위해 결코 나쁠 게 없기 때문이죠.

기업의 로고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시각적으로 흐뭇한 느낌을 줍니다. 본래 시청자들,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만든 예쁜, 선명한, 유쾌한 디자인일 뿐 아니라, 이 작은 나라에 기업이 이렇게 많았구나, 눈높이가 높아진 일부의 기준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사람들이 이처럼 먹고살려고 건설적인 발버둥을 치는구나, 대강 이런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경제 역동성을 보인 미국도 한번 침체의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자 일단 직장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이 재기의 꿈을 버리고 노숙의 길을 택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도 물론 큽니다만 일단은 경제에 참여하는 이들의 자활 의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가장 중요한 팩터입니다. 한국은 모르긴 해도 그 시절의 미국처럼 가지는 절대 않으리라는 게 저의 확신입니다. 근로자도 업주도 돈 좀 벌어보려고 이렇게나 일상에서 연구 영역에서 혹은 투자 섹터에서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죠. 독일어 속담에 Not macht erfinderisch 같은 게 있듯이 말입니다.

이 책은 어바웃어북 출판사에서 매년 발간되는 인포그래픽 형식의 업계 전망 분석서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포그래픽을 잘 다루고, 가장 권위 있는 정보를 정리하여 펴내는 곳에서 연례적으로 내놓는 자료이기에 매년 반드시 검토한 후 한해를 시작하곤 합니다. 중복되는 정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목도 물론 많지만 이 책을 열독해 온 층은 어차피 그런 점을 다 감안하고, 그 와중에서도 변화가 특히 보이는 파트에 정력을 기울여 책과 정보를 소화할 것입니다.

삼전은 작년 갤노트 7 불량사태 때문에 전례없던(업종 전체나 아예 세계 기업사를 놓고 봐도) 시련을 겪었습니다만 다들 알다시피 실적이 매우 양호했습니다(물론 불과 며칠 전엔 정치 추문에 총수가 연루되어 구속 직전까지 가기도 했으나 더 지켜 볼 일이죠). 그런데 이게 통신업계에는 어떤 파장을 끼치겠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내다본 대로 분위기를주도하던 아이템이 단종되었으니 당연히 싸한 바람이 불겠지만 이 악재 말고 업계에 활력을 줄 만한 다른 추동력이 연달아 발견되는 편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는 단통법 역시 일단 마케팅비용(흠....)을 줄인다는 점애서 장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통신사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겠고 말입니다. SKT의 T맵은 뭐 스마트폰 출시 초기부터 해당 통신사의 소위 킬러 앱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지만 (책의 서술대로)요즘도 같은 파급력을 누리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LG 유플의 "비디오 포털"은 저로선 처음 들어보는데 저자들은 호의적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와 미디어업체 간의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 이 책 출간 초기부터 꾸준히 나오던 말인데 아직도 주장 단계에 머물고 있는 편이며, 대신 통신사가 자체 미디어 채널 역량 강화를 시도하는 추세는 더 뚜렷합니다("옥수수"라든가).

예전에 이익치씨가 전국민이 환란의 고통에 신음하던 시절 전도사처럼 전국을 누비며 "코스피 지수는 이천을 넘어 삼천을 넘나들 것"을 장담하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결국 불미스런 일에 엮에 큰 곤경을 치르고 그 상전의 아들인 정몽준 씨한테 "참 불쌍한 사람" 같은 조롱을 듣기도 했지만 당시 돈 쓸 곳을 못 찾던 아주머니들, 기타 여러 물주들에게는 큰 인기를 누리고 확신을 주던 인물입니다. 이 이익치씨의 활약으로 유명한(물론 그 이전부터 한국 굴지의 증권사였던) 현대증권이 작년 KB로 흡수합병되었습니다. 장남(사실상) 몽구씨의 현대차그룹이 큰 덩치로 남아있긴 하나 현대중공업이 저처럼 고전하는 중이며, 특히 몽헌씨 계열의 "현대그룹"이 거의 풍비박산된 판이니 한때 한국을 주름잡던 정주영 신화는 근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반면 외환위기 즈음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 갓 진입했던 미래에셋은 증권업계 이제 1위로 올라섰습니다. 2위는 NH인데, 어떤 이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뭐가 정신없이 변하긴 하지만 결국 제자리" 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걸 보면 20년 전과는 구조와 구도의 근본 성격이 변했다고 해도 충분합니다. (서평 맨앞에 배구 이야기를 꺼낸 건 이런 소회 때문이었습니다. V리그 주 후원사가 농협이라서)

두산은 투자자들에게 오랜 기간 근심덩어리였습니다(어디 국외자뿐이겠습니까. 가장 걱정이 심한 건 그곳 직원들이었죠). 이러던 두산의 움직임 속에 작년 단연 눈에 띈 건 역시 두산밥캣의 상장이었죠. 자 과연 이 루키가 해당 기업군은 물론 향후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 동원으로 효자노릇을 할 것인지 여부가 대단히 주목되는 편인데요. 이 책은 그 전망을 대단히 밝게 보는 편입니다. 이곳이 잘나가는 이유는 북미 (건축)시장이 근년 들어 활황을 보였다는 데에 있는데, 트럼프가 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한 지금 전망이 계속 장밋빛일지는 더 지켜 봐야 하겠습니다. 뭐 미-멕시코국경에 거대 콘크리트 장벽을 쌓는 것도 분명 일감은 일감이겠으니...(농담입니다)

의외로 사양산업 취급을 다 받았던 정유업계가 작년에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는 작년 한해 유가가 다시 상승 기미를 보였기 때문인데, 다들 아는 것처럼 OPEC이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게 큰 이유죠. 다만 이게 추세적 상승요인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뉴스에 막 나오는 것처럼 트럼프는 비축유도 계속 풀고(오바마 정책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예) 사우디 등 산유국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려는 모습입니다. 이 책은 뭐 독자로서 언제나 만족입니다만 정치 언급이 최소화되어 있고(장점이기도 하죠), 그해 초 시점에서 최신 국제 정치 변수가 덜 고려된 게 좀 아쉽다면 아쉬우며 대체로 낙관적 전망에 기운 게(새해 초에는 기분 좋은 마인드로 시작해야 맞겠지만) 다소 여지를 남깁니다. 여튼 이만큼이나 자료가 잘 정리되고, 말 그대로 한눈에 업황과 개별 기업 건강성을 들여다 보게 해 주는 점은 너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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