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왜 이디야에 열광하는가 - The EDIYA Story
김대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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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언젠가부터 거리를 지나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브랜드이고 그 로고입니다. 라틴어 edere를 그 어원으로 했을 것 같은 이 신선한 메이커는, 다른 경쟁자들과는 달리 너무 자주 눈에 뜨이

지도 않고, 소비자들의 괜한 허영심을 자극하지도 않는 조용한 행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커피점을 보았을 때 느끼곤 했던 이미지는 친근함과 믿음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 실제로 이 회사가 어떤 원칙으로 제품을 만들고, 개별 점포를 관리하며, 고객을 보는 시선을 어떻게 가지는지야 알 수 없었습니다. 소비자, 혹은 지나가는 손님이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는 게 당연하죠. 막연하게 형성된 이미지만큼, 합리적인 구매에 지장을 주는 건 없습니다. 그런데 마케팅이라는 게, 씁쓸하지만 바로 이런 소비자의 심리와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겁니다. 이디야에 내가 언제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당하"기라고 했던가? 뵨디 소비자 마음에 언제 파고들어왔는지도 모르게 하는 게 마케팅의 정석이긴 하지만요.

 

음, 그런데 이 책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이 기업은 간단히 말해 "마케팅을 잘 안 하는 기업"이더군요. 이런 요식 브랜드에서, 지나친 마케팅은 어찌 보면 이미지 조작이요 나쁘게 말해 세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전 작업에도 다 돈이 들게 마련이니, 그 투입 원가는 고스란히 우리가 마시는 커피 값에 입혀져서, 기분 한번 내느라 내 호주머니는 그만큼 가벼워지게 됩니다. 근사한 옷 입고 넷북이나 모 패드를 보며 그렇게 숍 바깥에 풍경으로 전시되는 무드에 빠지는 걸 두고 우리는 "된장질"이라는 점잖지 못한 용어로 부르기도 하죠.

 

된장질은 결국 거품입니다. 이 거품은 기업이 부추겨서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이전되는, 없어도 그만이고 너무 잦으면 결국 부작용을 일으키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해악 중 하나죠. 커피 한 잔에 과도한 거품을 쏟는 건, 결국 모두를 위해 좋지 못한 일입니다.

 

지나가며, 혹은 가끔 문 열고 들르기도 하며 느낀 친근감은, 괜한 착각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품을 뺀 경영은 합리적인 가격을 낳고, 또 우리의 진짜 혀와 뇌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커피, 아니 어떤 상품이라도, 그것을 구매하며 원하던 것은 기분이었을까요, 아니면 상품의 본체적 효용이었을까요? 게다가 커피는 우리의 인체에 흡입되는 것이니, 될 수 있으면 건강도 함께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은,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주머니를 노리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우리들과 공유하기를 원하며,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곳입니다. 진심이 아닌 마케팅은 속임수일 뿐 아니라, 이미 소비자에게 통하지도 않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건, 내가 거리를 지나며 느낀 감흥이 괜한 환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죠. 이 각박한 도심에서 때론 이런 진심이 전해져 올 때도 있구나 하는 안도와 희망이었다는 걸 오히려 깨달았습니다.

 

이디야는 또한 직원들을 존중하는 내부 풍토를 가지고 있나 봅니다. 고객과 직원은 먼 과거에는 업주의 착취 대상이었죠. 현대에 들어선 고객 접대 때문에 직원을 닦달하는 행태도 흔히 봅니다. 그런데 이디야는 그런 게 없다고 합니다. 직원의 기를 최대한 살리고, 이로부터 창의적 업무 성과를 이끌어 내어 서로가 윈-윈 하는 풍조가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디야의 철학 중 하나는 개별 점포를 상대로 "갑질"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기업이 그를 둘러싼 사회, 공동체와 분리된, 생태계 포식자적 존재가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존을 위한 소통을 해야 하고, 영업에 있어 진심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바쁜 발걸음으로 출근하면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 검은 속셈이 아닌 선명한 채도의 낭만이 담기길 원합니다. 마냥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는 그 짧은 점심 시간에도, 우리는 진정한 회복과 위안을 커피 한 잔에서 얻길 바랍니다. 이디야가 이런 지친 직장인과 소비자에게, 가식 없고 서로 통할 수 있는 친구로 오래 남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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