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카페에서 커피가 운다면 새봄 그림책 1
조철희 지음, 이민영 그림 / 새봄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커피 한 잔에 피눈물, 그것도 불공정 조건으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피눈물이 섞여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이는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에 여유롭게 앉아 그날의 신문과 서류철을 뒤적이며 한 잔의 커피를 즐기는 이(예를 들면 지금의 저 같은)들이, 전혀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본디 커피란 플랜테이션 농업의 산물입니다. 커피는 그저 가나 같은 열대 지방에서 우연히 몇 군데에 집중 서식하던 식물의 열매에 지나지 않았고, 이는 그 땅의 거주자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존재일 뿐이었겠죠. 그러나 백인 침략자가 이를 발견하고, 우월한 무력으로 그 지역을 점령하고, 자국의 시민들에게 고가의 기호 식품으로 팔아 먹을 생각을 하고부터는 모든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차"를 얻기 위해 "아편"을 보급할 반인도적인 책략을 부렸고,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는 "커피"를 얻기 위해 현지인의 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대규모 단작 체제를 갖추어 노예 노동으로 이를 수확, 수탈했습니다. 말 그대로 "악마의 음료"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현대에 들어 이런 원주민 착취 구조나 행태는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합니다. 그러나 자본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변한 게 없습니다. 이윤이 가능하면 많이 남는 쪽으로 생산 구조를 개편하고, 법의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편법적인 자원 운용을 도모합니다. 이것이 가장 악질적인 지경까지 간 것이, 아동들의 (거의 공짜나 다름 없는) 노동력을 이용하여, 과거의 플랜테이션 착취 구조를 겉모습만 살짝 바꿔 재현하는 못된 풍조입니다.

 

사실 커피는 성인의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음료가 아니며,  성인이 되어서도 분위기 때문에 겨우 버릇을 들이기 시작할까, 평생 입에 안 대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대상입니다. 담배처럼 중독성이 강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아이들이라고 해도, 쇠고기 버거 같은 건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얼마든지 즐겨 찾는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값싼 쇠고기, 값싼 커피를, 대량으로 팔아 이윤을 얻고자 하는 구조 속에, 저 어두운 세상의 반대편에서는 자기 또래의 어린 아이가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 존재합니다. 이건 아이들도, 매우 마음이 아프겠지만 어려서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누군가가 인권과 인격과 영혼을 송두리째 희생당한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버젓이 종래의 삶의 패턴을 이어나간다면, 그 사람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사람입니다.


아이들에게 언제나 밝고 아름답고 풍요롭고 따뜻한 것만 보여 줄 게 아니라, 생의 어두운 이면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반드시 이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에 담긴 타인의 눈물을 감지하고, 자신도 따라 뜨거운 눈물을 떨굴 줄 알고, 다음의 1센트를 보다 값진 용도에 쓸 줄 아는 어린이가, 커서도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될 것 같습니다. "공정 무역"이나 "아름다운 가게"에 관한 책도 함께 읽히면 바람직하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