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그건!
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황세정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고정관념에 매몰된 인생에겐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발상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무조건 기존의 생각 틀만 뒤집는다고 난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이래서 사람의 일이, 가정이건 회사에서건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기계적인 절차와 공식에만 의존한다고 해결이 바로 도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입니다. 한때 끔찍한 불운으로만 여겨졌던 것이 반전을 거듭하여 행운의 단초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과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원칙, 받침대들이,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과거처럼 성공을 보장해 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역으로, 지금까지는 지극히 불리한 비능률 요소였던 것이, 앞으로는 절묘한 호기를 나에게 마련해 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은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 이사하라 아키라 씨는 경영 컨설턴트라고 합니다. 아마 그는 지긋한 나이의 경영자나 중진급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더 큰 인기를 누릴 것 같습니다.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들을, 이 노란 표지의 예쁘고 작은 책에서 잔뜩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건 우리 나라에서건, 어느 특정한 사람을 따돌리고 배제하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라면, 인위적으로 전체 분위기에 화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요에 가까운 주문이, 개개인의 뇌리를 강하게 짓누르기도 하죠. 이런 사회에서, 따돌림이란 극심한 공포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반대로, "남을 왕따시키려는 사람의 일차 동기는 시샘과 질투이다. 당신이 얼마나 특출하면, 남들이 그처럼 시기와 모해를 일삼겠는가? 나도 왕따를 당하고 싶다!"라고 하는군요. 근데 사실 왕따도 왕따 나름이고, 정말 능력이 없고 가정 교육을 잘못 받아서(아니면 결손  가정 출신) 사회에 적응을 못 하는 경우는, 이런 생각을 하기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글쎄요, 이 역시 한국도 일본도 거의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외모의 단정한 관리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외모가 깔끔하게 관리되지 않은 사람은, 자기 관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는 게 보통입니다. 성형 수술까지는 필요 없지만, 자기 외모가 관리될 수 있는 최대한까지 일단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100% 동의합니다.

 

인터넷이면 다인가? 확실히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입니다. 이런 사이트가 있었구나, 내가 이런 좋은 정보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구나. 어떤 때는, 좋은 사이트에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얻지 못하고, 피로해진 머리를 누이고 일찍 잠들어 버리면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하면, "실제로 만나는 (오프라인의) 사람들이야말로 최상의 정보 소스"라는 거죠. 사실입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보다 보편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통할 수 있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주는 정보는 나의 실생활과 밥벌이에 바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만날 모니터 앞에서만 승부를 보려는 인간은 크게 성공하기 힘든 겁니다.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합니다. 약간 불쾌하거나 불리한 정보, 자각도, 결국 나에게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문제 아니겠습니까. 현실은 많이 부대끼면 부대낄수록 나에게 이익이 됩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다 제조업 성공으로 오늘날의 풍요를 빚은 나라입니다. 끝도 없는 광대한 국토에 넘쳐 나는 천연 자원을 가지고도, 1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부도를 선언한 어느 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한, 일 두 나라는 어떻게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할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건 "국민의 창의력"입니다. 창의력이 살아 있는 한, 먹고 살 거리는 뭐가 생겨도 생긴다는 게 결론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창의력마저 고갈되는 그 날, 두 나라의 미래는 진정한 위기가 닥친다고도 하겠습니다.

 

출점이 중요합니다. 신규 점포부터 늘리세요. 바로 이것이 1990년대 우리 나라, 특히 은행가를 휩쓸던 경박한 풍조였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간 무서운 줄도 모르고 점포만 확장하고 보던 은행들은, 바로 생존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명퇴에 감원에... 경영진의 판단 착오나 직무 유기가 부른 사태를, 일선 직원들이 고스란히 책임지고 수습해야 했죠. 저자는 바로 이런 안일한 자세를 경계합니다. 점유율 상승만을 바라고 무조건 확장 정책을 펴는 일부 제조업 섹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규모보다는 내실이 중요합니다.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한다 해도, 성공이 보장된 건 아닙니다.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방식을 또 되풀이하는 건, 창의력이 부족한 루틴의 반복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국내에서 더 개량된 방법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게 안전하기도 하고 일의 보람도 있습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나, 저는 이 대목에서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국내에서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이 통하지는 않습니다. 현지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성장의 기회는 (일본이나 우리나) 제한된 영토와 인구의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려는 그런 자세가 현재의 일본처럼 침체된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나더군요.

 

중요한 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재의 발상과 도전입니다. 이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간에,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되어 있습니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건, 과거의 성공 사례가 어떤 결론을 알려 주건, 나 앞에 대기하고 있는 현실은 언제나 살아 숨쉬고 예측을 거부하는 럭비공입니다. 이시하라 씨의 패기 있는 "나라면 그건?"을, 오늘 내 자신의 업무 환경에도 한번 대입해 보는 겁니다. 구체적인 성과는 안 나와도, 당장 기분 전환의 효과 정도는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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