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대입 자기소개서 바이블 - 대입 수시전형 합격의 열쇠
김한슬 외 24인 / 지식채널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 제 풀이 입시 위주의 신입생 선발 방식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합니다. 대학은, 자기 학교에 들어오려는 학생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입학 자격을 주어야 하며, 문제를 잘 푸는 기계를 우대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곤란하죠. 그래서 현재 각 대학에서는, 수능 점수가 주된 선발 기준이 되는 정시 전형 말고도, 자기소개서의 완성도와 진정성으로 적합성을 평가하는 수시 전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신을 소개하는 자료입니다. 이 대학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성취해 왔으며(꼭 "스펙'을 말하는 건 아니죠. 현재 상당수의 대학은, 토익 점수 등 스펙을 기재한 자소서에 대해 0점 처리의 원칙을 유지합나다), 이 대학에서 앞으로 어떤 계획 아래 학업을 이뤄 나갈 것인지를, 분명하면서도 진솔한 방법으로 진술해야 합니다.

이 책은, 자소서 위주 전형에서 고득점을 받고 합격한 학생들이 몸소 적은, 모범적인 답안례를 소개하거나, 이렇게 쓰면 높은 평가를 받기 곤란한 답안의 실제 예를 들면서 개선해야 할 점을 상세히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자소서를 잘 적기 위한 원칙은 여러 가지가 제시되어 왔지만, 그 대부분은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건지가 모호하거나, 서로 상충되기까지 합니다. 학생들은 아직까지 초, 중등 과정에서 자기 표현이나 자기 생각을 효율적으로 적는 훈련을 덜 받아 왔기에, 자소서를 적으라고 하면 그저 막막해하거나, 좋지 못한 미사여구의 남발만 보이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잘 쓴 자소서인지, 또 바람직하지 못한 서술 방식은 무엇인지,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예문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본문은 410페이지, 부록이 80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방대한 분량입니다.

양이 이렇게 많다 보니, 웬만한 학생이면 "아, 나는 이 선배와 처지나 적성, 환경이 비슷하구나,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되겠다."라든가, "나는 자소서라고 하면 이런 식으로 적어 나가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곤란한 거였구나."면서 고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문은 이론이 아닌 구체적 실전에 의의가 있으며,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자소서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모범적인 자소서를 두고, 그저 암기의 대상으로 삼는다든가, 여러 예에서 좋은 요소만 따 와 짜깁기를 하는 방식은 절대 금물입니다. 작성자는 자기 혼자 생각으로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사정관은 수없이 많은 자소서를 보면서 어떤 것이 정직한 작성이며 어떤 것이 "점수 따기만을 위한 컴필레이션 픽션"인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의 원칙은 준수하되(모범적인 형식 구비), 거기에 담아야 할 내용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정직한 이야기라야 합니다.

참신함과 논리적 비약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기
읽 으면서 "이런 자소서도 있구나."할 만큼 신선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소서는 초현실주의 신춘문예가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 전개와 구조는 건전한 상식과 논리에 맞아야 합니다. p44를 보면 "목감기 때문에 말의 소중함을 배웠다."는 예가 나오고, 이에 대해 적절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을 첨부하자면, 너무 내용이 늘어지거나 글자 수 제한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거와 짜임새를 첨부하면 식상함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무리한 시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대로의 모습은 곤란하며, 상당한 글재주가 아니고서는 이 소재로 멋진 진술까지 발전시키기에는 조금 힘에 부칠 것 같습니다.

전문 경영인이라야 의료 법인을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이대로 방치하면 특정 직업군을 비하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죠. 구체적으로, 의료인이 경영을 맡았을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근거를 들어야 합니다. 근거라고 든 사실이 지나치게 길어져서는 그것도 곤란합니다. 다만, 사회의 현 제도가 분명 모순을 내포하고 있으며, 어린 학생 개인의 입장에서 이의 개선을 위해 어떤 포부를 갖는지 서술하는 건 바람직합니다. 이 경우에도, 개인 범위를 벗어나는 지나친 욕심, 과장된 비전 나열은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입학 사정관을 기다리게 하지 말라(p70)

왜 글이 두괄식이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좋은 예죠. 사정관은 많은 지원자를 대면(혹은 서면을 통한 접촉)하고 평가, 사정해야 합니다. 과도한 자의식으로 문장을 질질 끄는 것은 자소서 스타일에 어긋납니다. 개성의 표출은 대학에 입학한 후, 그런 스타일이 잘 들어 맞는 다른 상황에서 뽐내야 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라
일 관성이란 같은 단락 안에서 같은 주제, 화제만을 다루는 기본 원칙을 말합니다. 학생 주관적으로는 토픽 A와 B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나, 사정관이나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면, 그런 서술은 일관성을 잃고 자기 주장을 전달하는 데에 실패하기 쉽죠.

은유적 표현을 피하라

잘된 은유는 글에 참신성과 생기를 더하지만, 자소서처럼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에다 비약적인 표현을 남발하고, 이에 근거를 덧붙이며 낭비하다가는 사정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지원하려는 학과에 대해 평소 깊은 관심을 가져 왔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공 분야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건 전형에 따라 꼭 필요한 성의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구체적인 서술"이라는 미덕과도 관련됩니다.

진솔하고 구체적인 서술
p202 를 보면 서울대 인문학부에 지원하여 합격한 남미희 씨의 좋은 예가 나옵니다. 보통 명문대에 지원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은 강남 출신이 많다는 선입견에, 아주 보기 좋게 반박하는 답안으로 볼 수도 있을 만큼, 참신하고 흥미로운 답안이었습니다. 이 사연은 모범 답안을 베끼거나 대필이 절대 아니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려면, 결국 자기 이야기를 정직하게 적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글에는 명확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교육 환경이 그리 유리하지 않은 가리봉동에서 나고 자란 상황이,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는 데에 구체적으로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이 답안은 설득력과 매력을 겸비한 채 잘 전달해 주고 있었네요.

p258에 보면, 기업체 채용시 그렇게나 기피된다는 마마보이 캐릭터의 어느 학생이, 역시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설득력 있는 학업 비전을 젛묘하게 잘 표현한 사례가 나옵니다. 잘된 글은, 역시 자신에 대해 평소부터 분명하고 건강한 정체감을 형성한 학생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약점이라고 해도 감추지 않고, 자신의 개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치밀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는 자소서 뿐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 공통된 원칙이겠습니다.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 학생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지난 이력을 적은 답안도 있었습니다. 이런 답안도, 마무리는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이들을 이해하며.." 같은, 건설적이고 열린 자세의 표현으로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구김살 없이 자라나 인성에 왜곡이 없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대학들이, 이처럼 어른스러움까지 드러내는 자소서를 아주 마음에 들어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어떤 답안(경제학과 지원)은 "매몰 비용"에 대해 학생으로서 깊은 사고를 해 보았음을 토로한 것도 있었습니다. "고기 뷔페 식당에 가서, 배가 터지게 먹는 것은 결국 비이성적인 선택이니..." 그런데 이 경우처럼, 지불과 효용이 밀접하게 시간적으로 닿아 있는 것을 "매몰 비용"으로 포섭하는 건 오류죠. 계획과 실행이 근접할 때에는, 갑자기 신체적 조건이 악화되거나 한 게 아니라면, 처음의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각 대학의 특성을 파악하자
현 재 자소서 전형이라고 명칭을 달고 있는 대학은 없습니다. "21세기 인재 전형", "프론티어 전형", "다빈치 전형".. 이렇게 이름이 다양하다는 건, 그 전형에서 중시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말도 됩니다. 어느 대학에 지원하려면, 그 대학이 학생의 어떤 면을 보는지부터 알아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 대학의 전형 취지를 꼼꼼히 읽고, 자소서의 개요를 구상해야 합니다.
이 책에는 대학이 잘 묻는 질문의 특성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평소에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적어 보라든가, 대단히 특이하게도 "지원 동기 중심으로 대학이 학생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문항도 있었습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할 줄 아는지를 묻는 것도 되며, 아울러 왜 스펙에 치중하면 안 되는지, 대학의 선발 동기를 학생에게 처음부터 알리려는 의도도 됩니다. 이런 게 잘 맞지 않으면 그 대학에 자소서 전형으로 입학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부록에는 각 대학의 구체적인 자소서 양식이 나와 있어서, 지원자의 작성 실전에 감각을 더 잘 살려 주는 포맷을 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첨삭자의 느낌이 생략된, 원문 그대로의 모범 답안이 본문과 중복 없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 희 때에는 그저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았으며, 수시 전형이라고 해도 그 대부분은 역시 내신이나 수능 점수가 선발의 기준이 되었어요. 기업체 취직 말고는 자소서라는 걸 써 볼 일이 없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어 미국이나 유럽처럼 그 학생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자소서를 통해 대학에 가기도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물론 수능 최저 조건도 만족시켜야 하고(이게 없는 전형도 있죠), 내신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자소서의 비중이 이렇게 높아진 건 새로운 추세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새삼 "나는 누구인가?"를 점검하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 읽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또한 바람직한 글쓰기란 과연 무엇일까. 세상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환경과 가정 형편에서 자라나서, 결국 같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하는구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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