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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팀 - 어떻게 탁월한 팀이 되는가
코이 뚜 지음, 이진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1990년대부터 한국 직장에도 연공 서열, 직제에 얽매이지 않는 일종의 "계급 파괴" 바람이 불었습니다. "OO부 XX과"라는 소속 대신, "∆∆ 팀"과 같은 성과 위주의 유닛이 일상화되었죠. 심지어는 공식 직제가 큰 의미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팀제나 다름 없는 구조였던 중소기업이나 영업팀 같은 곳에서도 (그 실질이야 어찌되었던 이름만이라도) 이를 따라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서 완전히 무풍지대일 것 같은 공무원 사회, 공기업에서도 현재는 "태스크 포스"제를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팀 개념"은 자유로운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하는 서구 사회에서 그 효용이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지만, 한국이나 일본 같은 유교, 농경사회적 전통을 보유한 곳에서 오히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습니다.
본디 서양은 "슈퍼맨"을 지향하면 했지, 집단에 개인을 매몰하는 문화는 기피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팀을 짜서 일하면, 동양인들(공, 사 불문)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곤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성향이 "팀 활동"에 맞아서가 아니라, "팀"을 잘 짜고 잘 굴러가게 하는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팀" 중에서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여기에는, 개인 단위로는 아예 성취가 불가능한 것도 포함됩니다), 도무지 달성이 불가능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드림팀, 슈퍼팀"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드림팀이 슈퍼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모든 드림팀이 다 슈퍼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슈퍼팀은커녕, 평범한 팀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고 온갖 비난을 다 받는 드림팀도 많았습니다. 이렇다면, 구성원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그들로 이뤄진 "팀"까지 잘하란 보장은 없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 최소한 남들이 전혀 바라보지도 못했던 일을 해 내는 팀은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일반적인 답을 내기보다, 최근에 존재했던 슈퍼팀의 성공 사례 7가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답안의 pool을 제공합니다. 각 챕터는 "슈퍼팀" 하나씩을, 경영 분야뿐 아니라 군사, 대중문화,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택하여 그 구체적인 성과의 경위를 자세히 풀어주고 있으며, 챕터 말미에는 이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교훈을 명제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장에는 픽사의 사례가 나옵니다. 제 생각에는, 첫째 장에서 굳이 이들을 다룬 데에는 저자의 분명한 동기가 존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픽사의 예에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은, "대체 왜 팀이 필요한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공동의 목적이 없다, 팀을 꾸려서까지 이뤄야 하는 열정의 대상이 없다면, 처음부터 팀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또한, 활동 영역이 아무래도 예술 분야다 보니, 영화를 위해 일을 하느냐(-돈을 버느냐), 그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느냐 같은 기초 인식에서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이 "팀 픽사"의 예에서 금전적 보상은, 빼어난 개인의 동기 유발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뒤 챕터들에서도 나오는 포인트이지만, 너무 단결이 잘 되고 대외적으로 순조롭기만 한 팀도 지속성 이슈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팀의 건강성 면에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테니스에 데이비스 컵이 있다면, 골프에서 국가(미국 대 유럽의 형식입니다만) 대항전으로는 라이더 컵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에는 복식이라는 형식도 있지만, 골프에서는 압도적으로 개인 단위의 시합이 주류 포맷입니다. 게다가, 골프는 그 어느 스포츠보다 개인 멘탈 조절의 비중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직업 골퍼들은 극도로 예민한 감정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런 골퍼들로 한 팀을 꾸린다면, 팀웍이니 매니지먼트니 하는 게 타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꼬입니다. 그런 면에서 콜린 몽고메리가 중심이 되어 2010년 라이더 컵 대회를 위해 결성했고, 결승전에서 미국 팀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사례는, 경영학적 측면에서도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가 지금 피파 월드컵을 보면서도 알 수 있지만, 개인기가 능숙하다고 반드시 팀에 적시적소의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며, 단 한 번의 슛으로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차기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들로 이뤄진 팀일수록, 그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콜린 몽고메리는 그 자신이 필드 멘털의 달인이었고, 이런 체험과 소신, 강렬한 스타일로, 상대에 비해 그닥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전력으로 승리했습니다. 특히 그가 타이거 우즈에 대해 코멘트한 걸 눈여겨 볼 필요가 있더군요.
전쟁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전쟁이 꼭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이미 터진 전쟁이라면 그냥 손 놓고 패배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전쟁의 "승리"는 필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한 명(혹은 소수)의 힘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게 전쟁이요, 평화시에는 이 전쟁의 축소판이 될 수 있는 게 범죄자 소탕, 폭력 진압, 인질범으로부터 인질 구조 같은 작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세번째로 다룬 게, 1980년 주영(駐英) 이란 대사관에서 이란 내 쿠제스탄 분리주의(이란은 다민족 국가이므로 이런 위험이 상존합니다)자들의 인질극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국 툭수부대 SAS는, 놀라운 능률과 과감한 작전, 치밀한 계획으로 인명 손실 0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SAS는 영국군 뿐 아니라 전세계 군사조직 중 최고의 명예를 상기시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교훈은 강렬했는데요. 최고의 팀은 결코 개인의 개성을 죽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난척하고 누구와도 비길 수 없는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고, 더 날카롭게 갈고 다듬을 것으로 조장됩니다. 그러면 과연 팀이 유지가 될까? 이 스쿼드는, 워낙 빼어난 개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스킬이나 체력만으로는 분명한 우열이 안 갈라집니다(구태여 가를 필요가 있다면 말이죠). 따라서, 조직원으로서 추앙받을 수 있는 기준은, 같은 동작을 수행해도 그 동작이 가능하면 팀을 위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입니다. 잘하는 건 누구나 다 잘합니다. 더 잘하는 팀원은, 같은 노력을 들여도 팀의 다른 구성원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선택한다는 점을, 우리는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팀 때문에 개인을 죽이는 우를, 이 슈퍼팀은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많은 "엉터리 팀"은, 무능한 팀원을 피곤하게 만드는 우수 팀원을 기를 쓰고 끌어내리려고만 들기 때문에 망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팀은 결코 개인을 죽이지 않습니다.
그룹 롤링 스톤스는 비틀즈와 대조되는 컬러로도 유명하지만, (그 음악적 성취의 레벨은 별론으로 하고) 비틀즈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멤버가 거의 다 살아 있으며, 개인 단위로 활동하기보다(이 정도 나이면 팀은 고사하고 개인 단위 활동도 어렵습니다. 물론 롤링스톤스의 이 빼어난 멤버들은 개인 활동도 합니다) 여전히 팀을 이루다시피 한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뮤지션들이야말로 세상과 융화를 못 이루는 가장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들임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일이죠. 우리가 잘 알지만 믹 재거니 키스 리처즈니 하는 사람들이 인간성은 또 좀 괴팍한 사람들입니까. 그런데도 무려 반 세기를 잘 "굴러 온" 비결이 과연 무엇인가? 실제로 이 책에 나온 바로도, 믹과 키스는 불과 얼음이라 할 만큼 상극이었더군요.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제 스타일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게 하나의 요령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은근히 강조한 건, 로니(론) 우드의 조정자 역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개성이 내 개성과 실제로 충돌만 안 한다면, 그냥 보기 싫다는 이유로 태클을 걸지는 않는다는 게, 이 무지막지한 개성이 모인 팀이 그리 오래도록 굴러간 비결이라는 거죠. 이 챕터는 "공연은 열심히 하는데 돈을 못 버는" 초기의 실패에서 시행 착오를 거쳐, "인기와 공연 성공을 고스란히 수입으로 연결시키는" "사업 단위로서의 롤링스톤스"가 커 나가는 모습도 알려 줍니다(이 책의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흥미로운 대목).
요즘 잠잠한 동네가 있습니다(더 시끄러워진 우크라이나, 이라크 같은 데도 있지만). 바로 북아일랜드입니다. 요즘 "신페인당"이니 IRA니 하는 말은 아예 뉴스에 안 나옵니다. 이유는 바로 지난 세기말,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이 잘 체결되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백년(최소한으로 잡아서요) 불구대천지 원수들이 이런 극적인 화해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요? 토니 블레어 행정부가 구사한 전략은 1) 상대를 악마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일을 중단 2) 그 자리에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대신 채움 3)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되, 억지 화해가 아닌, 대립하는 현실의 긴박함도 상기하게 함 등의 모범적 수순이었습니다. 원칙은 알아도 실천이 어려운데, 토니 블레어 팀은 분리주의와 연방주의 세력 대표자들을 한 데 모아, 이들을 "평화'라는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팀"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팀은 이처럼, 종래의 피아 구분을 극복하는 인식상의 도약을 이루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는 바는, 억지로 개성을 누르는 선택은 필패로 이끌어진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