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안에 떠오르는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 비밀 - 끊임없는 성장을 위한 전략적 브랜드 관리 와튼스쿨 비즈니스 시리즈
바바라 E. 칸 지음, 채수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알찬 지침으로 가득했습니다. 물론 상당수는 실제 기업의 경영 사례입니다만, 사례 중에서도 타 상황에 교훈으로 적용할 수 있는, 꽉 찬 사례가 따로 있기 마련입니다. 그 사례로부터 추출하는 명제 역시, 익히 들어왔던 것이지만 맥락 속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 것들이 많아서, 밑줄 쳐 가면서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브랜드"란, 소모품과 동반자 사이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쥐틀, 철못 따위를 사면서 브랜드를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세기만 해도,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에는 소모품이 브랜드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허나 지금은 대중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이에 따른 욕구 수준도 높아졌으며,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까닭에, 기업은 "판매"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再考)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만들고 나서 팔리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무엇을 소비하고 기대하는지 미리 예상하고, 타 기업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고, 선점에 앞서 아예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브랜드 하면 바로 이것이 떠오를 만큼, 컨셉과 개성, 스토리를 모두 갖춘 브랜드를 개발하는 게,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성공하는 브랜드, 로컬을 넘어 글로벌 스케이프에서 선전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수 사례를 통한 개발상의 중요 포인트를 잘 짚어 주고 있습니다. 흔히, "내가 브랜드를 만들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런 고민을?"이라고 하는데, 직장인이라면 회사(나아가 CEO)와 고민, 그에 따르는 전략 개발에 동조 동감할 줄 알아야 제 할 일을 다하는 거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이 시대 기업의 화두 "브랜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선 저자는 "우수한 브랜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이에는 더 이상 강조가 식상할 만큼 유명한 사례로서 애플이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신기한 건, 1990년대 말만 해도 애플은 "고립적 브랜드. 타 제품과 호환이 안 되는 소수 마니아(이게 중요하죠)만을 위한 제품"으로 학계와 언론계에서 찍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성공을 위한 모범으로 아예 공인되고, "소수 마니마 운운"은, 시대를 앞서간 하위 세그멘테이션 전략이 지구를 제패한 대성공 모범"으로 180도 바뀌어 있습니다. 경영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자발적 관심 유발은 아무 소용이 없는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기도 하지만, 캘빈 클라인의 유명한 광고("CK와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가 잘 말해 주듯,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머리에 각인된 이미지는 언젠가 제 역할을 해 줄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선명한 이미지입니다. 추상적이어도 괜찮고("코크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같은 건 아무 효용도 주지 않습니다만, 대단히 성공한 카피입니다), 기능적이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이 책 2장에 나오는 에스티 로더의 브랜드 "오리진스"이 사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에스티 로더는 처음에 "오리진스"를 백화점 매장에서 다른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는 강력한 하위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생각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좀 엉뚱하게도 "friendly fire"를 맞게 되는데, 시청자(따라서 소비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오프라 윈프리가 자기 쇼에서 "나는 욕실에서 '오리진스'를 쓴다"고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지도 않은 "지원"은 업계에서 큰 행운으로 여겨지지만, 에스티 로더 측은 오히려 당혹해했습니다. 그들이 지향한 브랜드 이미지는 고급품 레벨에다 다양한 기능성의 스펙트럼을 지닌 제품군이었지만, 오프라의 저 발언은 "아로마 제품" 정도로 이 브랜드의 컨셉을 훼손(나아가 오염)시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브랜드 전략이란, 일관성과 선명한 이미지의 각인이 그 핵심입니다. 일시적 판매 증가에 일희일비할 게 결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미지가 선명하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차별화 전략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비슷비슷한 표준적 제품의 제조가 성공의 비결이었다면, 현대의 시장이 지난 시절과 확고한 선을 긋는 부분이 비로 이 대목입니다. 그런데, 무작정 차별을 한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무엇을 위한 차별이냐, 또 어떻게 수행하는 차별화인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라고 하는군요.
"당신이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그게 시장(하위 세그먼트)에서 중요한가?"
"당신이 비교하는 대상(경쟁 상대)은 누구인가?"
라고 합니다. 참 정곡을 찌르는 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지셔닝에 대한 백 가지 정의, 천 가지 사례 열거보다 이 질문이 가르쳐 주는 바가 더 많습니다.

그런 고민을 통해 창출된 브랜드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여기에 대해서 여러 논의와 주장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정평 있는 "인터브랜드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분야는 전통적으로, "추상적이고 구름 잡는 논의"라며 일부 기술만능론자에게 비판 받아 왔지만(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동안 이론적 발전이 워낙 현저했기 때문이죠), 예컨대 회계학에서도 영업권 같은 것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합니다. 인터브랜드 시스템은 "브랜드가 창출하는 이익"과 "브랜드의 강도"를 곱해서 종합 가치를 측정합니다. "이익"을 산출할 때에는, 과연 창출된 소득의 몇 퍼센트 정도가 브랜드의 기여인지를 염두에 둡니다. 향수는 95%, 호텔은 30% 정도가 해당 산업의 평균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강도"의 측정에 있어서는, 이익(현재, 잠재)과 위험을 동시에 낮추는 게 그 핵심 지표이자 지향점입니다. 보통 수익과 위험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인데, 브랜드 젼략은 이런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안겨 준다는 점에서 기업의 관심사가 됩니다.

이 책은 기존 마케팅 교과서에서 많이 강조한 개념들이 충실히 잘 정리되고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정통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편입니다. "브랜드 확장", " 마케팅 믹스  4P" 등등... 그런 중에서도 최신의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실감나는 서술과 유기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의 머리에 오래 남게 하는 게 두드러진 장점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호텔 종합 체인인 메리엇 그룹의 사례에서 처음 들어보거나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서울 강터에도 있는 JW 브랜드가 그런 전략적 지향점을 지니는 줄은 처음 알았고요. 시계로 유명한 불가리 브랜드가 벌써 이 기업에 넘어간 사실도 처음 접했습니다. 여러 모로 유익했지만. 다만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도 발견되는데요, 이를테면 P&G의 사례에서, 지나치게 많은 컨셉의 창출로 인해 오히려 총 점유율이 줄어든 결과를 지적합니다만, 과연 어디까지가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어디부터가 그 초과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 설명은 없습니다(그저 결과론이죠). 또한, 21세기 폭스 사의 사명 변경은 오히려 브랜드 고수 전략의 예로 들어져야 맞습니다. 이름이 바뀐 건 루퍼트 머독이 새로 만든 모회사이며(따라서, "바뀌었다"고도 할 수 없죠), 영화 제작사는 아직 "20세기 폭스" 그대로입니다. 고민고민 끝에 원 명칭을 유지한 경우인데, 사실 모회사의 작명이 더 비판 받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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