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 “힘내!”라고 하기 전에 먼저 안아 주신 분
위르겐 에어바허 지음, 신동환 엮음 / 가톨릭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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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에 새로 뽑히신 교황은, 그 털털하고 격의 없는 태도로 벌써부터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는 그 생애 동안 동시대인으로부터 많은 질시와 모함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이미 성인 자리에 오른 지 오래된 분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교황 중에는 그 이름을 즉위명으로 취한 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비록 사람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평가를 받는 데에 가톨릭 교회 차원의 동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뭔가 이너서클 쪽에서는 비주류적 시선으로 그를 봐 왔다는 증거가 되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새로 뽑힌 교황은, 파격적이게도 그런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의도는 분명합니다, 첫째 절대 청빈의 삶을 산 그 성인의 궤적을 따라 자신도 성직 최고위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이요, 둘째 결코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공표(公表)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소설에 보면, 그 당시까지조차 프란치스코 성인, 그리고 그를 따르는 소형제회는 거의 주류로부터 이단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분이 예수회(제수이트) 소속이라, 그 창시자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이름을 딴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교황 본인이 나서 오해를 바로잡았습니다.


이 교황의 세속 이름은 호르헤 베르골료입니다. 배르골료라는 성씨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는 이탈리아계 이민으로서 소위 "아르젠틴 드림"을 찾아 머나먼 대서양을 건너 이민 온 노동자의 핏줄입니다. 책에 자세히 나온 바처럼, 어려서의 형편도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는 환경이었습니다(아주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그러냐 소년 호르헤는 참으로 맑고 긍정적인 성품이었고,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즐기는 아이였으며, 부수적으로 집안을 돕기 위해 일용직 종사를 마다하지 않는 아주 의젓한 성푼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이런 성격이 형성된 배경에는 그의 부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듯도 합니다.


이 런 타입이 흔히 그렇지만, 신학생 시절부터 호르헤 베르골료는 다방면에 박식했습니다, 언제나 겸손하고, 명예를 챙기기보다는 직접 일선에 나서 무슨 일이라도 팔을 걷어 붙이고 손수 실천하는 타입이었기에, 때로는 주위에서 피곤해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주위 모두를 감복시키는 열혈 성직자였습니다. 수도사들과는 달리, 성직자는 교구민을 리드하는 지도자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는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리더 노릇을 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 는 아르헨티나가 역사상 가장 어려울 당시에 고위 성직을 지낸 인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치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처럼 칭송과 존경을 받아 마땅한 자격이 있지만, 반대로 "더 선명한 투쟁을 하지 못했다"하여 오히려 군사 독재 정권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심지어 지금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단히 부당한 평가입니다. 멀쩡한 사람이 백주 대낮에 고문대에 올려져 시신도 못 찾을 만큼 훼손되는 일이 다반사였던 무서운 시대에, 설사 소극적인 저항을 하는 일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그 정도 고위직에 있는 분으로서 체제를 대놓고 비판한다는 것부터가 예사 마음가짐으로 가능하 일이 아닙니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난 다음이야 누가 이불 안이나 모니터 앞에서 투쟁을 못 하겠습니까. 비판은 쉽지만 실천은 지극히 어려운 법입니다.


호 르헤 베르골료 추기경은, 이미 2006년 교황 선출 당시, 당선인인 라칭거 추기경(이후 베네딕토 16세)과 보수-진보를 각각 대표하는 위치에 섰다고 합니다. 원래 콘클라베는 그 속사정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이 책은 한 잡지의 보도를 인용하여 그 상세한 내막을 전하고 있습니다. 즉, 베르골료 추기경은 이미 8년 전부터, 교회의 새로운 조류를 대변하는 유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었다는 거죠.


추 기경은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출신 배경을 잊지 않고, 이미 주교 시절부터 전철을 애용한다든가 자신이 직접 소액 결제를 한다든가 등의 파격 행보로 유명했습니다. 이분의 "초심"은, 교황이라는 지존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변하지 않아, 소탈하고 편안한 처신과 매너로 가는 곳마다 화제입니다. 오는 8월 한국에도 몸소 시성식을 거행하러 오는 그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언제나 함께했으면 합니다. 비바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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