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마켓 트렌드 2014 -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신흥시장의 진출 전략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엮음 / 청림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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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청림출판의 기획이 여타의 유서(類書)와 는 다르다는 점을 느낍니다. 이 책에는 컬러 도판이나 그래픽 자료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각 챕터마다 도표 한둘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대신 현지(외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이 빼곡이 정리되어 있네요. 비즈니스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가 필요한데, 경제경영서를 많이 내는 청림출판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알고 이렇게 맞춰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해외 시장은 11곳입니다.

1) 유럽(중부 동부 유럽): 폴란드, 러시아

2) 근동, 중동 지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3)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4) 아프리카: 남아공

5) 중남미: 멕시코, 브라질


국 제 무역을 다루는 입장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한국적 사고 방식과 감성을 현지인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주력해야 하는 건, 팔려고 하는 상품의 가격과 품질이며, 괜한 우리만의 감정적 만족이나 자긍심, 가치 따위를 상대에게 들이대어서는 사업에 유리할 게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죠. 사업가는 교육자나 전도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 비즈니스적 팩터를 교섭이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시해서는 일이 성사가 안 될 것입니다. 사업도 무역도 모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요소 외에 그들의 자존심과 긍지를 만족시킴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 음으로, 제아무리 인간 관계와 인맥을 잘 다져 놓았다 해도, 현지 시장에 아무 필요가 없거나, 경쟁력이 약한 상품을 안착시킬 수는 없겠습니다. 쉽게 말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겠다는 거죠.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되는 "이머징 마켓"은 다 그 나름대로의 부상(浮上) 이유가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라는 말처럼, 현지의 특성을 잘 알고 파고들면 가망 없는 사업도 의외의 대박을 칠 수 있습니다. 사업가는 모두 그 좁은 문을 트고 들어가는 쾌감에 그 업을 유지하는 겁니다. 마치 스트라이커가 골 네트를 기로지르며 구석에 꽂히는 공을 지켜 보는 희열과 비슷하죠. 골 득점이란 90분 내내 많아야 3~4골입니다. 사업의 흥성도 이와 같습니다.


제 일 처음에는 인도가 나오는군요. 사업가들이 주의해야 할 건, 이 책도 지적하고 있듯 인도에는 "레드 테이프"가 생각 외로 강력하다는 겁니다. 대단히 경직적인 관료주의가 아직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게다가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가 잘 되어도, 지방에 내려와서 전혀 다른 상황을 만날 때가 많아요(이른바 "라이선스 Raj"). 이렇게 된 이유는 첫째 인도의 오랜 지역 분권적 정치전통 때문이고, 다음으로 (이 책에도 나와 있듯) 네루식 사회주의가 남긴 legacy를 무시할 수 없어서입니다. 여 기서 주목해 봐야 할 건 의료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라는 점(저는 한국인들이 여기에 주목해서 대박을 노려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만의 고유한 맛을 현지에 적응시키는 게 포인트입니다만), 워낙 국토가 광대하다 보니 스타벅스 같은 업체도 현지에서 원료(원두)를 조달한다는 사실(그러나 물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알다시피 인도는 인프라가 부실한 나라죠) 등이 흥미롭죠. 외국 기업에 배타적이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을 주로 권장하지만, 그 역시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운에 맡겨야 합니다. 물론 자기 할 일을 다 한 후에요.


베 트남이 그 다음을 잇습니다. 베트남에 가 본 사람들은 알지만, 대단히 자존심이 강하고 나름의 예의가 바릅니다.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옷은 대체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조차 허름하게 입고 나옵니다(최근에는 의식을 해서인지 꼭 그렇지는 않더군요). 열대 지방이니까 이 점은 우리가 알아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 챕터의 처음에 나오지만, 베트남은 아직도 1인당 GDP가 $1,500에 그치는 등 빈곤한 편이고, 가격 경쟁력은 어차피 중국산을 당할 수 없으니 한국의 장래가 밝지 않다는 의견이 많죠. 이에 대해 이 챕터의 집필자는 강력한 반대 논거를 제시합니다. 소위 볼륨 존을 치고들어가면, 베트남의 신흥 부유층에서는 상당히 구매력이 높은 편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시장을 공략할 때는, 추상적인 평균인을 상정하는 게 아닙니다. 국지적인 섹터에서 분명한 실체가 두터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면, 아 통계상의 평균 수치가 무슨 소용이나 장애가 되겠습니까? 그 리고 최근에는 (세계 어느 나라의 소비자들이나 마찬가지로) 싼 맛에좋다고 구매한 중국산의 품질이, 싧제 써 본 후에의 큰 실망감으로 다가온 후에는, 당연 재구매가 꺼려지더라는 거죠. 한국은 게다가 그 개별 브랜드의 명품 인식도는 낮은 편이지만(우리가 생각해도 국산에 명품이다 싶은 게 그리 많을까요? TV? 갤럭시? 아니면 샘소나이트?), 대신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는 대단히 고급스럽게 다가오더라는 거죠. 이 책에서는 베트남 지하 경제의 큰손으로 "비엣큐"를 들고 있던데, 이걸 한자로 쓰면 越僑, 월교입니다. "화교"가 중국의 해외 동포이듯,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는 이런 단어를 쓰는 거죠. 책에서는 이것(월교의 본국 송금) 때문에 베트남에 빈부 격차가 늘어난다는 설명이고(동북 지방의 조선족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죠), 우리가 군침을 흘리는 볼륨 존 형성의 원동력은 바로 여기서 생겨나는 겁니다.


사우디는 크게 두 가지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미용 욕구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알다시피 사우디는 가장 강경보수의 원리주의 교파인 와하비 종파가 국교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눈만 내놓고 다니는 무슬림 사회에서 무슨 미용일까 싶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자세한 건 책을 찾아 보시고요).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LG와의 합작으로 인기를 모았던 브랜드 " 니베아"가 현지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사실 한국의 화장품 국제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죠, 이미. 또 하나는, 의료 시장입니다. 우리 생각과는 크게 다르지만, 사우디는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에 당뇨병의 유병률이 그렇게 높은 편이라고 하네요. 가격이 대단히 중요한 변수라는 점, 알라신으로 시작해서 알라신으로 끝나는 현지의 분위기가 가장 큰 변수라고 합니다.


인 도네시아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입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을 다녀간 유도유노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 영도 하에, 몇 년 째 착실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도 무슬림을 오랜 동안 신봉한 나라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한 인종 분포를 이루고 있으며, 화교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런 반면 아름다운 경치, 끝도 없이 부존된 에너지자원, 광대한 국토 등은 야망 가득한 외국의 사업가들에게 한없는 매력을 선사합니다. 물론 이들도 오랜 식민 지배 역사의 아픔과 대외 경계 심리를 떨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형편이 피기 시작하는 지금 각종 장벽이 다시 수하르토 때처럼 강화되는 느낌이죠. 이 나라에서 재미있는 건 첫째가 오토바이 시장입니다. 대중 교통이 거의 미비상태인데다 도로 사정도 안 좋으니, 오토바이는 개인마다의 필수품인데요, 최근에는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승용차가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우리에게는 그저 가볍게 스치는 야간 구멍가게 정도인 편의점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사교의 장소로까지 기능한다는 사실입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흥미로운 점은 예전에 제가 다른 책 리뷰에서 "포카리 스웨트"의 예를 들며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1998년 독재 체제가 최종적으로 붕괴된 후, 이 나라는 대한민국의 모든 체제를 하나의 롤 모델로 삼고 철저히 배워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당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는 경제 발전, 민주주의 등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는 한국을 철저히 동경했는데요, 그 예 중의 하나가 정부 조직 체계를 모조리 베껴갔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에는 안 나와 있지만 한때 이 나라가 한국을 보는 시선은 정말 각별했습니다. 최근 일본이 이 나라를 위한 새로운 "대마"로 등장핶다는 말은, 이 기존 사정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좀 의이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왜 여기는 일본이 이제서야 설치는 거지?"). 인도네시아는 굳이 따지자면 한국을 위한 유리한 텃밭이 마련되어 있던 형편인데, 이제 와서 일본에게 좋은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죠. 게다가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있어 침략국의 입장에 서기도 했습니다. 故 수카르노 같은 사람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를 상대로 싸웠던 투사이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영어를 잘하는 외국 바이어들을 존중하고, 사업 준비를 치밀하게 사전에 해 오지 않으면 상대 안 해주는 세련된 관습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은 특히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다른 개도국에서의 느슨한 분위기와는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브라질, 남아공, 러시아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런데 뒤의 두 나라는 사실 우리가 치고들어가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브라질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이상으로 현지에 한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편입니다. 저자의 말 중 "알고 보면 우리보다 더 정이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사람들이다."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노려 볼 만한 더 좋은 시장은 멕시코와 롤란드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 모두 교통(육로 교통)상 의 요지입니다. 멕시코는 북미와 남이를 연결하고, 촐란드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십자로에 위치하죠.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인건비가 매우 싸다는 것, 국민들의 자존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말 조심해서 가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폴란드의 경우 인력의 교육 수준이 매우 높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죠. 그런 점은 (우리 선입견과는 많이 어긋나지만) 터키도 마찬가지입니다. 터키 역시 상류층이 교육을 통해 부를 세습(정확히 말하면 세습이 아니지만)해 나간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의 성장은 여러 면에서 한계에 달해 있고, 살 길은 결국 해외에서 찾아야 함이 정답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오타가 있었습니다. p153 표에서 5행 2열, "레토니아"는 "라트비아"로 바뀌어야 합니다(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p128: 5에서 대상홀스 → 대상홀 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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