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 아프다고 말할 때 - 내 지친 어깨 위로 내려앉은 희망의 씨앗 하나
이명섭 지음 / 다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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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섭 저자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사랑에 관한, 혹은 애정사에 대한 아 포리즘 모음은, 외국 필치로보다 국내 책이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어요. 종교 서적을 읽어도 그런데요, 아랍어로 코란이 낭송될 때 무슬림들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불가사의한 법열에 빠져 든다고들 하죠? 내용도 중요하지만, 네이티브가 느끼는 그 고유의 감각과 울림이라는 게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진정한 일체적 감흥이 있으려면 아무래도 그 언어의 매개와 도움이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건 내 이야기구나." "이건 참으로 적실한 가르침이다." "어떻게 이처럼 맞는 말만 모아놓았지?"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얼마  전 원불교 교무님이 쓰신 책을 읽고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는데요, 역시 그 나라 고유의 가르침은 (해당 종교를 믿고 안 믿고에 상관 없이) 언어 자체의 힘으로 깨우침, 공감을 전달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술은 사랑을 달굴 때 필요하지, 그 반대의 조건, 즉 이별 후에 들이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p167). 술은 악마가 흘린 천사의 눈물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그 음주 상황이 빚는 이중성을 잘 간파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결론인데요. 이런 불교적 관조("일체 유심조")는 의외로 두루두루 상황에 잘 적응된다는 게, "지내 보면 절감하게 되는" 유용성이에요. 어찌 보면 어디서건 들어 봤을 흔한 내용인데, 텍스트까지 컬러효과를 주어 독자에게 다정하게 다가오는 편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탁월했습니다.


저는 로맹 롤랑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요, 한번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p175). 분노는 하루 동안의 수명을 가짐에 불과하지만, 그 하루 동안 파괴된 것을 수습하는 데에는 백 년이 걸릴 수 있다. 로맹 롤랑도 그 시기의 사람이기도 하지만요, 저는 이 말을 듣고 2차 대전 당시 히틀러가 "기왕 전쟁에 진 것, 점령했던 파리를 모조리 파괴하라!" 고 명령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생각납니다. 비정상적 멘탈을 가진 한 개인에 의해 수백년의 역사를 보유하고 천 만 시민의 애환과 노고를 담은 도시가 한 순간에 파괴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는데요. 시가지는 복구될 수 있었겠지만, 상처 입은 인류의 자존과 명예는 어떻게 쓸어담을 수 있었을까요. 백 년의 세월도 태부족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런 비정상적 멘탈을 가진 이는, 어려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중에서 아주 악성의 질환을 가진 자는, 그런 허물을 지닌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고 혐오스러워서, 제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는 까닭에 몸서리치며 증오하기에 이른 상대를 두고 "상처가 크다, 환경이 나쁘다"는 둥의 심리학적 투사를 행하기에 이릅니다.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추한 모습,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안온하고 정립된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니, 감정적 치환으로 도착적 심리 상태 조성을 통한 사이비 힐링을 시도하는 거죠. 책에도 나와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 특히 어머니의 스킨십, 부친의 따스한 정을 못 받고 자란 결손가정 출신일 공산이 큽니다. 그런 결핍된 마음으로 성장했으니 커서 제대로 된 이성의 키스 한 번이나 선사받았을 리 없고, 자신에서 대가 끊기면 모를까 그런 악순환을 핏줄을 타고 이어지는 거겠죠. 이 책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발달시키는 감각은 촉각임"을 설명하고 있는데, 워낙 잘못된 경우라면 어떤 방법이 동원되어도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불쌍한 영혼을 지닌 인간에게도 우정, 친구는 필요합니다. (p251)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정말 멋진 말이죠. 라틴어로 "알터 에고"라는 게 다 이런 걸 두고 이름이죠. 사람 인자가 마주 보는 두 막대를 서로 의지하게 버팅겨 놓은 지사(指事)에서 비 롯했다고 하듯, 인간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만 인간인 법입니다. 역시 결론은 소통이 아닌가, 그 중에서도 상대의 의사 교환이 동등하게 보장되는 쌍방향 소통이며, 내 말만 들어달라고 끔찍한 투정을 부리는 정신 질환을 의미함이 아니라는 것도 독서를 통해 명백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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