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다 - 닫힌 마음, 상처난 마음 치유 에세이
정도연 지음 / 홍익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원불교 교무로 재직 중이신 정도연 님이 쓰신 수상록입니다. 원불교는 박중빈 대종사가 창도한 이래, 주로 전북 지방을 중심으로 활발한 포교 활동이 이뤄졌고, 현재는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 등 사회 곳곳에서 저명인사와 시민들이 신봉하는 한국 고유의 종교지요.


원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는 때가 보통 독자들이나 시민들이 가질 기회가 있을까요? FM 라디오 가청 주파수 중 가장 낮은 대역대를 사용하는 방송 중 WBC가 있습니다(권투 관련 세계 기구는 아닙니다). 이 방송이 원불교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고, 아마 프로야구 중계를 자주 듣는 분들은 이닝 종료마다 나오는 "경전 말씀"에 익숙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말씀을 듣다 보면, 이규항 캐스터의 구수하고 그윽한 목소리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은근하고 가슴을 울리는 가르침에 대해, 종교를 떠나 공감하곤 하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 꽤나 될 것입니다. 토착 종교의 가르침이란 이처럼, 다른 언어의 필터를 거르지 않고 우리의 심성에 바로 어필하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외래 종교보다 더 깊은 깨우침과 영혼의 안식을 주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정도연 님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상록의 형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직장인들을 향해, 더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회사에 대해 투정 섞인 불만을 내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런 불만은, 잘못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 찾지 않고, 외부에 돌리는 나쁜 버릇이 몸에 배인 탓이라는 거죠. 정 교무의 처방은 간단합니다. "업무 시간 짬짬이, 나 자신을 돌아 보고, 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할 기회를 가지라."는 겁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마음으로 원하는 바가 뭔지 알면, 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만이 마음에 자리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음에 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외외로 많다고 진단합니다. 이 런 "불, 울화"란 보통 남이 나 자신을, 나의 생각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가슴에 품고 키우는 수가 많다는 건데요. 그런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정해져 있다는 게 정 교무의 말씀이네요. "다른 건 다 참아도, 남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건 못 참는다."  이에 대해 정 교무는 따끔한 일침을 놓습니다. " 나의 자존심이 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 영향을 받아야만 하나? 그런 사람은 자존심이 부족한 사람이다." 옳은 말이죠. 요즘은 이련 경우를 두고 "자존감"이라는 다른 용어를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인간들이,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반응을 보이게 마련입니다. 어떤 경우는, 올바른 지적을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발끈 화를 내면서, "이런 말에 감정이 상하고 한때나마 상대에게 굴하는 반응을 보이다니 나는 자존감이 왜 이리 부족한지 모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반성할 줄 아는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존감"을 혼동하는 어리석음의 발로죠. 이런 사람들은 원불교의 온화하고 평온한 가르침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정 교무는 주문의 힘도 강조합니다. 예전부터 자기 암시라는 이름으로 많이들 강조되던 것입니다만, 정 교무의 주장은 주로 자기 긍정의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차분히 입으로 되뇌고, 마음 속에 새기는 주문이란 그 자체로 강력한 원인의 발생이며, 최소한 정신 건강을 바르게 가지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생각을 멈출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각을 멈춘다는 건, 일체의 판단을 중지한다는 뜻입니다. 판단을 중지할 때, 마음 속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자취를 감추며, 내 자신을 참되게 존중하는 심성이 싹을 틔우게 되죠.


결국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렸습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일체유심조라는 세존의 말씀, 그리고 타인과 세상을 아끼기를 나 자신처럼 하라는 대종사의 가르침을 현대인이 잊지 않는다면, 헬기 참사나 갑을 간의 분쟁은 어느 새 다른 세상의 사정이 되지 않을지, 이 평온한 글과 단아한 책(하드커버입니다)을 보고 깊이 묵상에 잠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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