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결혼 -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 연애 + 결혼 + 육아 책 시리즈
김종필.정신실 지음 / 죠이선교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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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전혀 다른 동기에서 선택한 두 권의 책을 읽었는데요, 알고 보니 다 조이선교회에서 출판한 책이네요(다른 한 권은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이에요). 두 권의 책이 컬러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 책이 그야말로 달달하고 흐뭇한 사랑 이야기의 질투나는 서술이라면, 다른 책은 대단히 지적(知的)이면서도 영성의 단련을 촉구하는 교과서 같은 느낑이었구요. 그러나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개인의 내면으로 참된 기독교 신앙을 완전히 편입, 일체화하자는 결론을 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기독교 신자는 아닙니다만, 서로를 끔찍히도 아끼고 사랑하는 일심동체의 부부가 되자는 결론에 마음이 흐뭇해지는 건 당연했습니다.


두 분 저자는, 흔해 빠진 내용에 표지만 다를 뿐 다 그 소리가 그 소리인 "결혼 장르 서적"은 지양하겠다며, 저술의 포부를 책머리에 명확히 밝히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나, 저는 이 책을 고르면서, 어느 정도는 결혼의 일반론에 대한 정보를 좀 냉정한(?) 시각에서 정리를 해 주실 줄 알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점에서 저의 기대는 어느 정도 배반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정말 눈꼴 실 정도로 금슬이 좋은, 그러나 두 사람 다 그들이 믿는 신 안에서 완전히 하나가 된, 진솔하고 (타인이 보기에)아름다우며, (자신들에게) 넘쳐 흐를 정도로 행복한 부부의 수기였으니까요.


우리가 책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얻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 책에서 "이리이리하라.", 혹은 "A는 B일 뿐이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찔러 주고 단정해 주는 명제를 충실히 익히는 독서입니다. 다른 방법은 무엇인가, 그 책에서 상세히, 묘사적 기술적으로 자세히도 적어 준 실제 사례, 내러티브, "드라마"를 통해, "직접 하나하나 찔러 주지는 않겠으나, 뭔가 교훈을 얻길 바란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는 독자 당신의 몫이다."는 식으로, 독자를 은근 계도하되 (이른바) 자기 주도 학습의 여지를 남기는 책이 있습니다. 이 둘 중 이 책은, 단연 후자에 속하겠죠.


사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까닭에, 독자에게 쿡쿡 찔러 주듯 말하지 않고 자연스런 내러티브로 길게 이어지는 글을 보면 "그래서 지금 당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라며 되레 화를 내는 수도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꼭꼭 씹어 먹으며 그 영양분을 최대한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사법을,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어린이의 투정과도 같습니다. 지식은 단기 메모리에 저장된 형태로는 금방 휘발되기 마련이죠. 끊김 없이, 가공한 흔적 없이 이어지는 내러티브를 통해 부드럽게, 순리에 따라 흡수된 지식이라야 그게 지혜로 쉽사리 변환되게 마련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자, 도무지 배가 아파서 더 구경 못 해줄 만큼 사이가 좋은 부부의 알콩달콩 사연을 보며, 내가 지금 주시하거나 사귀는 중인 이성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해야 이이와 더 깊고 질긴 유대를 이어 나갈 것인가, 인연이 아니라면 진정한 짝은 어디서 만날 일인가, 이런 고민을 한층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기혼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결혼은 어떤 주소에서 어떤 안정도와 건강성으로 그 행로를 유지하고 있는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할 수도 있을 텝니다. 다만, 내용이 워낙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부부됨을 절실히 묘사하고 있는 이유로, 해당 종교의 신자가 아닌 독자라면 전폭 공감을 이루기는 상당히 힘들겠다는 걱정도 확실히 들었습니다. 요즘 같이 결혼도 쉽고 이혼도 쉽고, 재혼 삼혼도 일상이 된 한심한 세상에, 죽음이 그들을 갈라 놓을 때까지 하나된 혼인을 지켜 나갈 것 같은 커플을 보고 싶으시다면, 그러나 이 책을 선택함에 있어 아무 후회가 없을 줄 압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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