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 - 셜록 홈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의 정수를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6
무경 외 지음 / 센시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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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장르란, 한번 사람을 빨아들이면 도통 놓아줄 줄 모르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이 책 5인 공저자 중 한 분인 박상민 닥터는 <십자가의 괴이>라는 앤솔로지(몇 달 전 출간됨)에 "그날 밤 나는"이란 작품으로 참여한 작가이기도 합니다(은평성모에서 제가 이분 본 적 있습니다). 다른 네 작가분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쿨한 스타일로 독자들에게 이름이 익은 분들입니다. 시중에 필독서라고 여러 명작을 꼽아 놓은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이제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젊은 감각으로 모든 게 재평가받을 시점도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문학의 진짜 가치는 실제로 머리를 써서 작품을 꾸며 본 사람만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을 펼쳐 드는 독자들 중에, 정말로 미스테리 장르에 문외한이라서 50권만 먼저 읽고 싶었다는 초심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물론 그런 분들이 이 책을 고른다면 최상의 선택이 되겠죠). 그보다는, 이미 추리물을 충분히 사랑하고 그 맛도 충분히 본 분들이, 다른 전문가들의 감상평과 관점을 엿보며, 내 생각과 느낌과 어떤 지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더듬어도 보고, 혹 아직 못 읽은 작품은 없는지, 기 읽은 작품이라고 해도 내가 놓친 포인트는 없었는지 체크하는 기쁨, 설렘이 더 크게 작용할 독자들이 많지 않겠냐는 게 제 추측입니다. 누가 읽어도 미스테리 장르 팬들한테는 이 평론 앤솔로지가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프롤로그 말미에 인용된, 일제 강점기의 장르작가 김내성 선생의 한 마디도 울림이 깊습니다. 

개별 작품 제목은 홑화살괄호, 책 제목은 겹화살괄호로 표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르그가의 살인"은 작품이므로 전자, "셜록 홈즈의 모험"은 모음집 제목이므로 후자입니다. 영국 근세 모험 미스테리물 중에 <월장석>이란 게 있는데 동서미스터리 시리즈에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읽은 독자가 많을 것입니다. 그 작가 W W 콜린스가 쓴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이 책 리스트 두번째로 소개됩니다. <월장석> 역시 걸작이므로 (비록 50선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 글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추리물의 개조(開祖)가 에드거 앨런 포이므로 그를 (어떤 책이라고 해도) 첫머리에 거론하는 게 맞지만 보통 두번째를 누구로 채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한국에서 의외로 저평가되는 작가의 대표작이 리스트에 나와서 그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13번째, p102에 나온 작품은 조르주 심농의 <타인의 목>입니다. 이 심농의 작품은 십여년 전 열린책들에서 일일이 한국말로 완역하여 전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집 완역이 뉴스가 될 만큼 심농은 20세기 중반에 엄청 다작을 한 사람이기도 한데, 같은 작가들한테 그렇게나 호평을 받을 만큼 대단한 재능과 생산력의 작가이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추리작가뿐 아니라 헤밍웨이 같은 이도 오랜 비와 함께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로 꼽았는데, 타인의 목 뿐 아니라 이 챕터에 언급된 다른 장편(장편이 유독 많습니다)들도 읽어 볼 만한 명작입니다. 박소해 작가님이 특히 재미있게 보셨나 봅니다. 

작가가 두세 개 필명을 쓰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추리작가는 더 다양한 필명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농도 처음에 다른 이름을 썼고, 14번, 15번에 나온 엘러리 퀸과 바너비 로스는 같은 사람(들)이죠. 또 16번 <세 개의 관>의 존 딕슨 카는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을 쓰기도 했고, 22번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도 코널 울리치 명의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37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는 개인적으로 그리샴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원서로 읽는 이들도 많고 원제 The Firm으로 바로 아는 이들도 많지만, 한국어 제목(공경희씨 번역 김영사 출간 당시)이 희한하게 붙어서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은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소설 원작, 번역판, 영화판 워킹 타이틀이 모두 다르게 이름지어진(한국에서) 기묘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사회성이라는 말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공감하는 성향을 가리키지만 과거에는 작가가 자기 작품에 사회와 세태를 정의롭게 비판하며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어떤 경향을 뜻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이 책에서처럼, 誠一이라는 한자를 따로 읽어 세이이치라고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의 작품들은 그래서 사회성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듣는데, 그를 평가할 때 뺄 수 없는 개념어가 바로 "사회파"입니다. p235에서 박소해씨가 지적하듯 원조는 마츠모토 세이초죠. 1990년대에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메디컬 스릴러의 인기 작가 중 한 사람이 로빈 쿡이었는데 박상민씨가 <코마(작품 자체는 1977년 발표입니다)>를 자신의 전문 분야에 걸맞게 픽했습니다. 

다섯 분 작가가 꼽은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되어서 더욱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책 맨앞에는 동서양 작가의 계보도가 나오는데 이 도식화가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만 많은 추리팬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정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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