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글로벌 패권전쟁의 미래
이철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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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가 한 달 정도 후면 개막합니다. 시중에 나온 책 중에는 트럼프가 11월 초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의 사정만을 반영하여 출간된 것도 있지만, 이 책은 p14:2에 나오듯 그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을 적지 않은 차이로 꺾고 당선된 사정까지를 다 반영한 내용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이철환 선생은 무협 자문위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제고위관료 출신이며,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행정고시 재경직을 대학 재학 중에 패스했던 엘리트입니다. 한국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체제를 취하며 부존자원이 전무하다시피한 나라는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대외정세를 면밀히 살필 수밖에 없으며, 저자처럼 정부 정책 결정 섹터에서 오래 봉직해 온 분의 갈고닦인 안목은 그만큼 날카롭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후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골디락스 상태를 십수년 동안 이어온 게 세계경제였습니다(p53). 또 중국은 중국대로 세계 경제에 저물가라는 혜택을 간접 제공하면서 스스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등 국위를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고 많은 보조금이 뿌려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상승하고, 팬데믹이 해제된 후에는 시중의 통화량을 회수하기 위해 미 연준에서 금리를 상향함으로써, 현재는 미국만 호경기일 뿐 다른 나라들은 금리역전현상(신흥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함에도 오히려 낮아짐) 때문에 자본유출, 환율급등으로 고생 중입니다. 한국은 오늘만 해도 새로 1450원대를 터치했기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죠. 

2차대전 후에는 미국과 서유럽 중심으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을 마련하여 국제경제 분쟁을 조율하고 무역을 활성화하려 노력했습니다. 냉전이 끝나갈 무렵 우루과이라운드가 마련되어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농산물 개방 등) 국제무역의 룰을 정했고, 1990년대 들어 당초 예정에는 없던 WTO까지 신설하였는데 이것은 유럽 측에서 미국의 일방통행에 대해 적당한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습니다. p110을 보면 이 WTO를 보완하기 위해 양국(혹은 다국)간 협정으로 등장한 게 FTA인데, 대표적인 게 빌 클린턴 시대에 체결된 NAFTA입니다. 한국도 21세기 들어 미국과 양자간 FTA를 맺은 바 있습니다. 

어제 환율이 급등하자 이창용 한은총재가 좌시하지 않겠다고 구두개입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 환율조작하지 말라고 감시대상 리스트에 넣곤 합니다. p126을 보면 포치라는 말이 나오는데, 破七(파칠)을 중국식으로 이렇게 읽으며 중국 경제 당국이 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하로 떨어지게 용인하는 걸 가리킵니다. 강달러가 이처럼 일상화하면, 설령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고율관세를 부과해도 환율하락으로 인해 그 효과가 상쇄된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는 기름값이 정말 싸져서 다들 차 몰고다니는 맛이 난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된 건 이른바 치킨게임, 즉 사우디 같은 나라에서 미국의 신생 셰일오일 업체들을 다 죽이려고 일부러 증산을 했기 때문(p146)입니다. 이때 한국은 수출경기도 정말 좋아져서 증시에서는 이른바 차화정(자동차, 섬유화학, 정유) 주식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랐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가 버린 게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추세에 아주 관뚜껑을 박아 버렸는데 이후 세계경제 분업체제라는 게 아직 그 꼴을 제대로 못 갖춘 셈이라 경제전망에는 먹구름이 가득 낀 상태입니다.  

달러의 시대는 정말 저무는가? p192에 나오듯이 국제 거래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어드는 건 통계로도 이미 확인이 되는 사실입니다. p197에는 푸틴이 SWIFT에서 퇴출된 후 "위안화 사용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사실도 인용됩니다. 그런데 올해 10월말에 러시아 카잔(우리나라 축구 팀이 2018 FIFA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기도 한 곳이죠) 있었던 브릭스 총회에서 푸틴은 마치 유로화처럼 생긴 브릭스 지폐 견양(시안)을 꺼내들기도 했는데 이건 중국한테 그리 기분 좋은 제스처가 아니었습니다. 브릭스는 국가들 사이에 너무도 이해관계가 다른데 단일통화는 고사하고 자유무역 단계라도 성사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낮습니다. 

패권 경쟁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우주(p308)입니다. 중국은 최초로 달 뒷면에 2019년 연착륙을 성공시켰고(p326), 이 우주선의 이름이 嫦娥(항아) 4호입니다. 중국어로는 창어라고 읽는데 고전 소설에서 선녀라든가, 혹은 왕의 궁궐에서 시중드는 자색 뛰어난 궁녀를 이르는 말이었죠. 한편 세계 최초로 우주군(宇宙軍)을 편성한 건 다름아닌 1기 트럼프 정부였는데, 이후 모든 나라들이 경쟁하듯 우주에서의 활동 에 박차를 가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지는 판입니다. 과연 이 대결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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