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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인사이드 아웃 2 아트북 : THE ART OF 인사이드 아웃 2
피트 닥터.켈시 만 지음, 김민정 옮김 / 아르누보 / 2024년 6월
평점 :
디즈니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이 관람해도 재미있고 교훈적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이성만을 강조했던 근대와는 달리 현대에는 사람들이 감정을 중시합니다. 내 안에 든 감정들이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싸우고 마침내는 서로 도우며 나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상상은 기발하며 유쾌하기도 하고, 내 안의 감정 기제에 대해 다시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홍콩식이라면 監制) 피트 닥터(Pete Docter. 철자가 원래 이렇습니다)는 9년 전 인사이드 아웃 1편으로 오스카 상도 받은, 픽사의 CEO입니다(당시에는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이 직접 서문을 썼는데, 왜 이번 2편에 "불안이(Anger)"가 새로 출연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불안은 그닥 유용한 감정이 아니며, 내일이나 먼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차분히 대비하기에도 빠듯한데 오늘의 사소한 일들에 일일이 불안감을 느끼는 게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히 좋은 친구이며, 우리가 관계나 업무에서 보다 더 책임있는 사람이 되게 돕는다고도 합니다. 이 피트 닥터 CEO는 1편, 2편에서 라일리 아빠 안에 들어 있는 감정(아빠의 "버럭")의 목소리 연기를 직접 맡기도 했습니다.
켈시 만은 올해 50살인 남성이며 이 책 소개글(p11)에도 나오듯 <몬스터 대학교>, <굿 다이노>, <온워드> 등에서 스토리 슈퍼바이저를 맡았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1편에는 참여하지 않았었는데 감독으로서는 지금 이 <인사이드 아웃 2>가 데뷔작이며 각본은 <굿 다이노>가 처음이었습니다. 1편 감독은 저 피트 닥터였었고요.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가 픽사 역사상 가장 큰 세트장"이었다고 평가하는 그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큰 일을 멋지게 마무리짓고 그 성과의 공을 같이 일했던 훌륭한 동료들에게 돌리는 그의 문장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도 들고, 이 정도 성취를 죽기 전에 한 번 해 봤으면 하는 부러움도 누구한테나 생길 법합니다.
p33을 보면 부럽과 질투가 함께 나옵니다. 물론 "질투"는 처음에 등장시키려 했던 시안 중의 캐릭터이며 결국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부럽이와 질투는 일란성 쌍둥이이며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아이디어였다고 회고합니다. 영어에서는 envious와 jealous의 차이에 대해 전자는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는 감정, 후자는 남에게 내 것을 뺏길까 우려되는 감정이라고 설명하는데, 뭐 말은 이래도 원어민들 역시 일상에서는 마구 섞어 쓰거나 정반대로 헷갈리곤 합니다. 라일리처럼 사춘기 소녀 때 감정이 건전하게 자리잡게 하며 성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이게 잘못되면 남한테 피해나 끼치고 사기나 치고 다니는(끝내 장사도 실패하는) 못난 어른이 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이 2편에서 스토리 슈퍼바이였던 존 호프먼은 p45에 나오는 대로라면 원래는 "본부(Headquarter)"에 더 많은 감정들을 등장시킬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감정들이 자리하고 서로 소통하는 곳을 본부라고 부른다는 점부터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감정(모두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관객이 집중하기도 힘들겠다는 판단 하에 넷("추억"을 뺀 언급인 듯합니다)만 추가하기로 했다는 말입니다. "(다른) 감정들이 등장하는 시간이, 불행하게도 라일리와 기쁨이에게 가장 좋은 시간은 아니었다." 이 말이 알쏭달쏭한데, 누구에게라도 그 감정이 기쁨으로 가득할 때가 행복하겠고, 다른 감정들에 지배될 때가 불행해서라는 뜻으로 독자인 저 혼자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감정 역시 다양하게 그 사람 안에 깃들어야 정상이며, 항상 기쁘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못합니다.
p104에는 "영화 속에서 라일리에게 일어나는 발달적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건축이라는 은유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영화 제작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종합 예술의 완성이란 관점을 떠나서도, 한 사람의 감정을 오밀조밀 잘 꾸려서 조화롭고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나는 과정은 건축이라는 작업에 비길 만합니다. 걸작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재주꾼들의 헌신과 열정이 필요한지 엿볼 수 있는 멋진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