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인생에 답하다 - 고전에서 건져올린 삶의 지혜
한민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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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2500여년 전 뭇 사람들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등불처럼 밝혀 준 동아시아의 성현입니다. 공자는 어떤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고방식을 경계하며 세상에 화합할 것을 가르치면서도 불의한 폭력과 무도에는 단호히 맞설 것을 권했기에 예로부터 뜻있는 지식인들에게 대성(大聖)으로 존숭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공자의 교훈을 21세기에 들어 우리들이 어떻게 재해석하고 실천적으로 체화할 것인지를 논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3을 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마지막 글자 동(同)은 부화뇌동이라고 할 때의 그 동 자와 통합니다. 유학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권세 있는 자에게 붙어 아부하는 것입니다. 소인배는 험한 세상에서 비루하게 살아남기 위해 힘 좀 있어 보이는 자에게는 간도 쓸개도 다 빼어줄 듯 비위를 맞추며,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에게는 길에서 난폭 운전하는 무법자들처럼 잔인하고 안하무인격으로 구는 게 보통이죠. 공자는 이런 저열한 처신을 경계하되, 세상의 큰 흐름은 그것대로 정확하게 내다보아 이에 부응하여 처신할 것을 권합니다. 그래서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도 했습니다. 

사색당파 중 북인의 아득한 개조라고 할 수 있는 화담 서경덕이 p59에 언급됩니다. "천 리가 어긋나는 것도 한 걸음의 어긋남에서 비롯한다." 아마 화담은 21세기에 태어났어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가 되어 삼전이나 SK하이닉스를 이끌었을 듯합니다. 저 말 관련하여 각종 공학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초기 오차(initial error)가 갖는 함의를 저 말이 거의 그대로 담았기 때문입니다. 千里鏐從一蹴差(천리유종일축차)라고 한문 원문은 이르는데 우리 후손들이 진정 가슴에 새기고 유념할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p82에는 역부족(力不足)을 경솔하게 논한 염구(冉求)에 대해 공자가 힐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책에는 이어 이 염유(冉有)에 대해 공자가 파문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책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원래 이 사람은 공문십철(孔門十哲) 안에 꼽히는 역량 있는 인재였습니다. 그랬기에 천 수백 년 후에도 서공(徐公), 팽성공(彭城公) 등으로 추봉되며 존중받았고 말입니다. 다만 이런 파문이라는 평가는, 다름아닌 <논어> 선진편에 "子曰, 非吾徒也"라며 정면으로 그를 비판하는 대목이 뚜렷이 있으므로 반박이 어렵죠. 염유가, 당시 노나라에서 정도를 어겼다고 뜻있는 이들에게 비판받던 계강자를 섬겼기에, 이처럼 공자를 따르던 이들에게 문외로 내쳐진 것입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명언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님"도 인용되고, 저자는 발심(發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실력자에게 아부하며, 능력도 없이 연명해 온 자는 그 실력자가 하수인을 용도폐기한 후 개처럼 버려지기 마련인데, 이런 사람을 두고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자성어를 적용하곤 합니다. p116을 보면 行己有恥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처신에 있어 염치를 아는 행동을 언제나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라는 공자의 가르침입니다. 저자는 정치인을 국민이 주권자 자격으로 선출할 때에도 과연 저 후보자가 염치를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p126에는 두 가지 대조되는 가르침이 나옵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미생지신이요, 다른 하나는 진채(陳나라와 蔡나라) 사이에서 곤욕을 치르다가 위(衛)나라로 가지 않겠다는 맹세 후에 풀려난 공자가 약속을 어기자 제자 자공(子貢)이 그 이유를 물은 고사입니다. 강요된 맹세는 신이 듣지 않는다[神不听]는 게 공자의 답이었는데, 역시 실용적이고 시원시원한 그의 퍼스낼리티를 보여 줍니다. 사실 미생지신도 그런 약속을 지키라는 취지가 아니라,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 못 하고 어리석게 문언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게 본의라는 점에서 두 고사는 서로 통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世家) 중 공양유(公良孺) 관련 기술 중에 나옵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에 되살려 무엇이 우리의 바른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쉽고 재미있게 들려 주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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