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 좋은 건 계속하고 싫은 건 그만두는 거침없고 유쾌한 노후를 위한 조언
와다 히데키 지음, 유미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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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노령 인구가 많은 사회이며 전에 없던 수명 연장, 노인인구 비중 증가를 맞아 여러 가지 문제를 맞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해결을 꾀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개인 측면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슬기롭게 상황을 다룰 필요는 있습니다. 이 책은 와다 히데키 박사,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가 중 한 분이며 본인도 영 시니어에 진입하시는 연령대인 저자가 저술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책 답게 전문적인 진단과 정보도 가득하지만, 인간적이고 솔직한 조언과 격려도 담겼기에 시니어 독자들이 더 친숙하게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책 같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도 생산성 신화를 신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p51)." 참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며, 어쩌면 일본이나 우리나 이렇게 닮은 점이 많을까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란, 본래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과잉생산의 문제에 시달립니다. 공장이 쏟아낸 상품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기업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직원을 해고하지만, 소비자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리 돈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경기침체로 가는 것이며 모든 상품이 결국은 청산된다는 세이의 법칙은 현실에서 잘 통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빈둥빈둥 놀면서 잘 쓰는 사람이 사회에는 도움이 된다."고도 하시지만 이건 말이 그렇다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노령층이 함부로 씸짓돈을 꺼내 쓰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이렇게 곁들이는 말씀이 들을 만합니다. 무턱대고 계획성 없이 쓰는 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수전노처럼 돈주머니만 쥐고 있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치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냐는 겁니다. 쓸 데에는 써 줘야, 정신건강 육체건강도 더 향상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쓸 데에는 화끈하게 쓰면서 사회에 기여한 원로로서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고 다니라는 겁니다. 이 점도 한국과 일본이 참 닮은 점인데, 우리나 저쪽이나 매장에서 노인 고객을 잘 환영하지 않는 게, 돈 쓰는 데 인색하고 가성비만 찾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본인이 지닌 자산 규모에 맞게 쓸 건 좀 쓰고, 대신 가게든 관공서든 금융기관이든 어딜 가서 받아야 할 대접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정신적으로 위축된 삷은 가급적이면 피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계획성 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도 써 본 사람이 더 잘 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다(p88)." 저자는 또한,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직접 하면서 평생을 현역으로 살라고도 합니다. 물론 쓰는 만큼 대접은 어딜 가서도 받아야 하지만, 시니어, 할아버지, 할머니로서가 아니라 돈 쓰는 고객님으로서, 젊은이와 동등하게 소비자로서 우대를 받아챙기라고도 합니다. 생산과 소비, 두 분야에서 현역으로 살아야 진정 멋진 영 시니어라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저자는 300년 전 고전 <양생훈(羊生訓)>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무작정 절제하는 식사는 오히려 노화를 가속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60대 이후에 하는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도 합니다(p114). 근육량도 줄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지니 같은 양만 먹어도 전보다 살이 찌는 건 당연합니다. 콜레스테롤도 대부분 이걸 섭취하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듯 호들갑인데 이는 세포벽의 재료이므로 이것이 부족하면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는 등 노년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직업상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는데, 맛있는 걸 드실 때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고도 합니다. 사람의 전두엽은 맛있는 음식을 걸 먹을 때 활성화된다고도 합니다(p128). 

책의 후반부에서는 치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치매에 걸리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일까요? 그만큼이나 치매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주관적으로 혐오하고 부정하고 의지로써 멀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치매가 찾아오고 말며 이는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p169)입니다. p180 이하에 보면 치매에 걸려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으며, p192에는 심지어 치매에 걸리고 나서도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나옵니다. 이 와중에도, 어떤 결과가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피한다면 그건 어리석다고 충고합니다. 설령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어떤 경험을 해 보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긍정적 마인드 자체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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