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전환기의 투자전략 - THE GREAT SHIFT
신동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숭실대 겸임교수, 전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동준 박사가 쓴 이 책의 영어제목은 THE GREAT SHIFT입니다. 작금은 말그대로 대변혁의 시대이며, 기존에 상식으로 통하던 것들이 요즘은 거의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전 영역에서 뉴노멀들이 정립해 가며, 새로운 지식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에만도 많은 노력이 드는 판입니다. 평생의 경력을 투자와 가치 증식에 쏟아온 어떤 달인의 인사이트를 곁에서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한 마스터라 해도 단기, 즉 1일~일주일의 미세동향을 캐치하거나 예측하는 일은 너무도 어려우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머리말 p15 같은 곳에서 고금리라든가, 대전환, 추세 같은 말들이 책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읽어 줄 것을 독자에게 당부합니다. 대중은 타 분야 전문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진단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유독 경제, 산업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점쟁이가 될 것을 요구하며 혹 가격 추세 예측이 맞지 않으면 서슴없이 비판, 조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구절 하나하나가 다 곡해되게 마련이며, 말꼬리를 잡고 터무니없는 시비를 걸기 마련입니다. 다 자신이 배운 바가 짧고, 분수를 모르는 터무니없는 욕심을 품고 사는 소치입니다.
자산배분전략의 두 축은 미국주식과 원화채권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p38). 특히 제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대목들은 채권 관련 설명과 전망(특히 p197 이하)인데, 저자가 직접 자신의 전 커리어를 통해 다뤄 온 것이 주로 채권이었던 까닭도 있겠습니다. 주식은 왜 미국주식인가, 이는 사실 요즘 우리 나라 개미들도 진즉에 장은 미장이라며 다들 미국 주식에 눈을 돌린 추세와도 맞아떨어집니다. 미장은 요새 불장도 그런 불장이 없으며, 엔비디아, 테슬라 관련 주식들을 필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반면 국장은 삼전이 오늘 또다시 단기 저점을 갱신한 사실로도 알 수 있듯,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쪽은 미국주식으로부터 챙기고, 반대로 안정성은 채권 쪽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이겠습니다. 왜 그런데 원화채권인가? 우리는 한국사람이니 재산을 주로 한국의 원으로 쌓아야 그걸 일상에서 쓸 수 있을 테며, 제아무리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올라도 이를 환전할 때 한화가 고평가되었다면 그만큼의 손해를 볼 테니 말입니다. 채권은 증권을 매매할 때의 차익도 기대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이자 수익도 꼬박꼬박 들어오니 안정성 면에서 이만한 게 없습니다. 물론 주식이나 마찬가지로 발행주체가 우량회사일 경우에 그렇겠으며, 이 책에서 우량채권을 잘 선별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은 원 가치가 단기간에 너무도 하락하여, 저 강조점이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환율에 대한 인사이트라면, p178 이하에 나오는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재치있는 명명(p55. "샤워실의 바보들")대로, 통화 당국은 때때로 실기(失機)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지적이 참 적절한 게,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여름쯤에 금리를 내렸다면 경기의 불씨도 죽지 않고 경제 주체들의 어려옴도 덜어 주었을 텐데, 때늦게 5bp를 낮추었지만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엔캐리트레이드를 불러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당국자들(뿐 아니라 사기업의 관리자, CEO들도 마찬가지입니다)은 후행적으로, 혹은 적응적으로 때늦은 대응(시장에서 속이 빤히 읽히는)을 허둥거리며 남발할 게 아니라, 날카로운 눈으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연준 의장쯤 되면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처신에 골몰할 게 아니라 거시경제적 배려를 할 만한 큰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 수장들이 이 점에서 아쉬운 점이 큽니다.
1990년대에는 이른바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며 한국도 이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냉전이 드디어 종식되고 WTO라는 기구가 만들어져 세계 무역이 어떤 통일적 질서에 의해 규율되고, 고전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그 시론을 내어놓은 이래 드디어 각자가 비교 우위를 가진 재화, 서비스만을 특화하여 생산하는 자유무역의 장(場)이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시작부터 미국이 두 나라 간의 FTA 방식으로 가자고 슬슬 찔러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며 보편관세까지 들먹이기에 이르렀습니다. 1980년대에는 미 민주당에서 보호주의, 공화당에서 동맹 중시 정책을 주로 내걸었는데 불과 30년만에 양당 포지션이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p99 이하에서 무역 관련하여 세계의 메가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간결하게, 또 심오하게 개관합니다.
나스닥은 원래 일종의 2부리그였으나 현재는 주객이 전도되어 이곳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혁신을 주도하며 경제 활력을 멀찌감치서 이끌어 나가는 형세입니다. p132에는 FANG이란 말이 나오는데 워낙 이분야 변화가 빠르다 보니 이제 이 말도 잘 안 쓰게 된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p135에 나오는 대로 매그니피센트7이 대신했는데(구성 기업들 상당수는 그대로지만), 저자는 최근 핵심 트렌드인 AI를 설명하며 "대체보다는 보조의 역할을 맡을 때 (그 영향이) 압도적"이라며 일단 그 역할을 긍정합니다(같은 말이 저 뒤 p233에도 나옵니다). AI 거품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무작정 부정부터 하려드는 무책임한 타 진단과는 대조적입니다. 시대를 대표할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p159 이하에 유익한 설명이 나옵니다.
자산관리라는 게 원래는 특정 자산들을 효율적으로 편집하여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꾸려 주는 게 메인이었는데, 저자는 이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놀라운 전망을 p254 이하에서 제시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판매하며(왜냐면 MTS, HTS의 발달로 개인들도 집에 앉아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자를 하므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이를 완성된 전략으로 가꾸기 역시 이 분야의 미래상입니다. 마치 외식업체나 백화점 푸드 파트에서 재래시장 맛집을 일일이 탐방하여 그 독특한 맛을 연구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사실 저도, 아무리 투자에 소양이 없는 일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누가 금융기관 wealth management를 수수료까지 내어가며 이용할까 싶었는데 이 설명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역시 필드를 직접 뛰어 본 분의 말씀이라서 저 같은 일개 문외한이 배우는 바가 요모조모로 많았던, 감사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