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인생 - 다정한 고집과 성실한 낭만에 대하여
문선욱 지음, 웨스트윤 그림 / 모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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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현재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까." 이 문장은 책의 뒤표지에도 나오고 본문 중에서는 p249 하단에 적혀 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거나, 뜬구름 잡는 미래에 과한 기대를 걸기는 쉬워도 냉혹한 현재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존재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뿐 아니라 여타의 동물도, 정글에서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환경에서라면 정신 바짝 차리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1990년생이신 저자는 누구에게나 종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인생에 대해, 우리는 여튼 일관성 있고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며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다양한 교훈들을 들러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국에서 카페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영업종도 드물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경쟁도 치열하고 세상에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또 없을 것 깉은데, p29에 나오는 카페 사장님은 저자님 표현대로 낭만주의자가 틀림없는 분 같습니다. "초코 우유의 숙성으로, 보다 성숙한 카페 문화를 만들겠다" 물론 저자님이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제 주변에도 살짝은 짠맛의 음식을 만들면서 혹시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손사래를 치며 이 맛이 정통이라고 끝까지 고집하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언젠가는 저를 포함하여 이 블럭의 모든 이들이 사장님이 만드는 그 맛에 설복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종전의 고급커피(?)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컴o즈라든가 메o커피처럼 가성비 상품이 대세를 이룹니다. p59를 보면 저자님의 친구 P라는 사장님이 등장하는데 이분은 지금처럼 트렌드가 바뀌기 전에도 커피는 싸고 양이 많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라고 나옵니다. 저도 혼자 커피를 타 먹을 때 양을 많이 해서 마시는 편인데, 가성비라든가 양 위주로 때우는 스타일이라면 특히 책의 이 대목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예를 들어 카라멜 소스, 커피 소스 정확하게 구별하며 (사소하지만) 괜한 손해를 보지 않게 매장을 운영하는 능력 역시 예사로 볼 건 아닌 것 같네요. p63에는 이 이야기를 책에 실으며 당사자인 P(사실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으니)의 동의를 받았다고 유머러스하게 밝히는 문장도 있습니다. 

p64 이하에는 한샘(우리가 잘 아는 오래된 가구업체입니다)의 바스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이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3D라고 하는 직종이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해당 직은 그 기준을 과도하게 충족시키는 편이라며 역시 특유의 유머를 섞어 회고합니다. 사실 이 직종은 젊었을 때 한 번 정도는 해 봄직한 일이며, 이런 일을 현장에서 해 봐야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누리는 편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무시되기 쉬운) 수고에 의해 지탱되는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해 봤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저저께서 하신 말씀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곤 했습니다. 

이어, 꿈2라는 제목을 단 챕터에서는 저자님의 군(軍) 생활에 대한 회고가 나옵니다. 한국에서 남자가 군대 생활을 널널하게, 편안하게 보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이 대목을 읽으며 참 만만찮게 빡세게 병역을 마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비슷한 체험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그저 덤덤하게 읽을 수야 없을 텐데, 저자님의 말솜씨가 좋다 보니 재미있게만 읽힙니다. 해병대에서 기수열외의 위험까지 갈 뻔한 상황이었다면 그게 아무리 농담이었다고 해도 간이 철렁 내려읹을 만한데, 그 와중에도 저자는 병영 내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며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비위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정의로운 발언을 합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도 그리 풍족한 성장기를 보낸 분이 아니며 그에 대한 이야기가 p150 이하에 잘 나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경제적 환경만으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상황은 아니었고, 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잘 지도하셨던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살짝 배어나는 문장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어느 직장이건 자기 할 일은 등한히하며 책임은 남한테 떠넘기려는 암세포 같은 이들이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죠. p166을 보면 참 다양한 직장인 유형에 대해 저자가 회상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쨌건 간에 이런 상황을 개인 레벨에서 어떻게 다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성실하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성격을 최대한 이해해 가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게 최상의 선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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