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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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님의 <시간을 건너는 집> 두 편 연작을 모두 재미있게 읽고 서평도 남겼더랬습니다. 반전이 돋보이는 장편 <너만 모르는 진실>도 제가 2022년 11월달에 읽고 역시 저의 느낌이 가득 담긴 독후감도 이 블로그에 등록했었습니다. 여중생들이 실제 미스테리를 해결한다는 이 소설도 일단 소재와 설정부터가 재미있게 다가왔으며 소설을 다 읽고서는 잔잔한 감동마저 밀려왔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추리소설은 대표적인 장르문학이며 실제로 S S 반 다인은 병상에서 일련의 추리소설을 읽고 자신만의 빼어난 작품들을 창작하는 특급 추리작가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여중생, 여고생들이 특정 장르 공식에 맞춰 소설을 창작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보며, 장르 관습에 워낙 몰입해서인지 (그닥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도) 제법 그럴싸하게 외관을 갖춰서 작품(?) 하나를 빚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장르 관행의 답습을 넘어 실제 미스테리 하나의 해결까지를 도모한다면? 사실 많은 추리물의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초래된 부정의, 부조리를 도로 해소하려는 정의감에 가득찬 이들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회의 비위에 물들지 않은 여고생들이 현실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멋진 작품들도 함께 창작하는 이야기라면, 바깥에서 그저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뿌듯합니다. 

하지만 p12의 오지은처럼, 막상 기발한 이야기를 그저 상상만으로 창작해 보라고 하면 막막해지고 당혹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지은이에게 아예 "논픽션을 써 보라"고 권합니다. 하긴 현실의 미제 사건에 직접 관심을 갖고 그 진상에 대해 파고들다 보면, 어떤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답에 구체적인 어떤 근거가 없다 해도, 논픽션물은 원래 그런 재미에 또 읽는 것이며,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여러 미심찍었던 사건에 대해 그런 식으로 파헤쳐서 대중의 관심을 모은 논픽션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추론 과정이 치밀하고 작가의 취재가 꼼꼼할수록 그를 지지하는 독자들, 팬들도 늘어납니다. 

2년 전 진송초등학교에서 일어났던 화재사건은 곡절이 대체 어떻게 되었던 걸까? 지은이는 신용섭 할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연세가 어지간히 많으신지 텐트라는 말도 잘 모르십니다. 사실 현재 구십 가까이 되신 분들도 이미 젊었던 시절에 버너 같은 것 챙겨서 들로 바다로 많이 다녔던 세대들이므로, 할아버지라고 해서 텐트를 잘 모른다는 데서 약간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 말씀으론 양파즙 같은 게 암환자한테 좋지 않다는 것이며, 교장 선생의 부인은 그예 죽고 말았고, 영자 할머니는 자신의 흡연 과실로 불이 났다는 걸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지은이는 정리합니다. 리포트 쓰는 품이 마치 직업 기자처럼 그럴싸합니다.     

예를 들어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들을 보면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사건 현장(가상)의 지도를 자세하게 그려 놓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p51을 보면, 독자가 진송초교의 화재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상상해 보게 도우려고 그림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소설 속에서 지은이의 성실한 과제 해결 태도를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하겠습니다. 김하연 작가의 작품에서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더성장하려는 대견한 동기에서, 주어진 과제를 참으로 열심히들 해 냅니다. 

화재 사고다 보니 문제의 진송초 사건에도 담당 화재조사관이 있었습니다. 이분의 이름은 강한영(p88)이고 그는 노련한 직업인답게 날카로운 안목을 지녔으며 관찰력도 예리한 편이었습니다. 지은이의 풍부한 상상력은,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던 영자 할머니의 진술을 일단 믿고, 교장이 할머니 분장을 하고 혹시 불을 지른 것 아닐까 하는 단계(p108)에까지 이릅니다. 하긴 세상에는 이처럼 뒤에서 온갖 구린 짓을 하고 겉으로만 위선의 탈을 쓴 교장도 있기 마련이죠. 후... 이런 식으로 파고들다 보니 리조트 개발 관련(p128)하여 강지안의 아빠도 수상쩍은 면이 있었습니다! 이러니 우리 독자들은 대체 사건의 진상이 어떨지 궁금해서라도 책에 빨려들어가듯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데... 김하연 작가님의 책을 읽고 언제나 느끼게 되는 바는, 어린 영혼이 세상의 거친 파고와 맞닥뜨려 그리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거쳐 성숙해가는 그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는 보람이었다는 점 꼭 말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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